책임소재 못 밝히고 ‘자율회수 조치’
생산 중단 제조업체, 보상 미적미적
유통업체 “제조업체에 면죄부” 반발
소비자들, 유해여부 확인 못해 분통
생산 중단 제조업체, 보상 미적미적
유통업체 “제조업체에 면죄부” 반발
소비자들, 유해여부 확인 못해 분통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6일 발표한 백수오 관련 제품 전수조사 결과에서 백수오 성분 ‘확인 불가’ 제품이 대거 나오면서 기업과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달째 계속 번진 백수오 파동이 이제 주류와 건강식품 시장 전반까지 흔들고 있고, 홈쇼핑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인 일부 소비자들은 자신이 먹은 제품이 가짜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워졌다.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중인 백수오 제품 207개를 조사한 결과, 진짜 백수오 제품은 10개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40개 제품에선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 나머지 157개 제품은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 ‘확인 불가’ 판정이 내려졌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은 조사 대상 59개 제품 가운데 58개가 ‘확인 불가’로 발표됐다. 확인 불가 가운데 45개는 내츄럴엔도텍 원료를 사용한 제품이다.
그런데 이 제품들을 제조·판매했던 업체들은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건강기능식품 대표 업체들이다. 백수오 파문의 진원지가 된 내츄럴엔도텍 원료로 제품을 만든 탓에 이 업체들은 언론 등 외부에 기업 이름이 거론될까 그동안 전전긍긍해왔다. 그러나 이번 식약처 발표에서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지 않으면서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2011년부터 백수오 관련 제품을 홈쇼핑 등에서 판매해온 한 기업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22일 백수오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부터 제품 생산·판매를 중단했다. 홈쇼핑사와 자사 고객센터로 소비자들의 문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누리집 공고를 통해 ‘자체조사 결과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지만 고객의 염려를 고려해 생산을 중단했다’고 알렸다.
방문판매망을 통해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이 함유된 제품을 팔았던 또다른 기업도 소비자원 발표 이후 생산을 중단했다. 두 업체 모두 식약처의 조사 결과와 소비자 단체의 환불 규정이 나오면 보상하겠다는 태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 불가’ 판정이 나오면서 애매한 혼돈 상태를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백수오가 미량 함유된 제품을 판매한 업체들은 되레 환불정책에 적극적이다. 백수오 함유 음료를 만든 ㄱ식품업체와 홍삼제품을 만든 ㄴ업체는 지난달 소비자원 발표 직후 제품 회수·환불에 즉각 나섰다. ㄱ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원의 조사 대상 제품은 아니었지만 고객의 염려를 우려해 선제 조처했다”며 “백수오 제품이 전체 매출의 1%도 안 되는데 자칫 기업 이미지를 훼손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ㄴ업체 쪽은 “백수오 건강기능식품을 만들려면 식약처가 유일하게 인정한 독점 기업인 내츄럴엔도텍 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우리도 식약처 결과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봤다”며 “일단 이번 발표에 안도는 했지만 사태가 봉합되지 않고 있어 자칫 우리 회사 이름이 드러날까 노심초사”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식약처는 확인 불가 제품에 대해 ‘영업자 자율회수 조치’를 내렸다. 이엽우피소가 혼입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된 제품만 판매를 허용할 방침이다. 제조업체가 스스로 입증하지 못하면 판매할 수 없다는 강제조처이지만 이미 상당수 업체는 백수오 제품 제조 및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한 업체 관계자는 “백수오 관련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이미 죽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번 식약처 발표에 홈쇼핑 업체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홈쇼핑사들이 지금 하고 있는 부분 환불은 사실상 보상의 근거가 없음에도 실시하는 것”이라며 “제조업체가 잘못했다는 확실한 근거를 식약처가 이번에 마련해주길 기대했고, 그래야 나중에라도 내츄럴엔도텍 등에 구상권을 요구할 수 있는데 식약처 발표는 되레 제조업체에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말했다.
전수조사를 통해 제품이 진짜인지, 건강에 유해한지 확인하고 싶었던 소비자들도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가짜 백수오 피해 온라인카페에는 식약처의 조사 결과가 답답하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이제 소비자들이 검찰 수사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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