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8일 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에서 고객들이 삼성전자 105인치 커브드 울트라 UHD TV를 살펴보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궁금증 ‘톡’
엘지(LG)전자가 지난달 30일 킹사이즈 침대보다 큰 ‘105인치 커브드 울트라에이치디 티브이(UHD TV)’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앞서 세계에서 가장 큰 ‘110인치 평면 유에이치디 티브이’와 ‘105인치 커브드 유에이치디 티브이’를 내놓은 바 있다. 국내 양대 전자회사들이 나란히 고화질 초대형 티브이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비슷한 스펙을 지닌 두 회사의 105인치 유에이치디 커브드 티브이의 가격은 1억2000만원! 110인치 유에이치 평면 티브이는 무려 1억6000만원에 육박한다. 말 그대로 ‘억’ 소리 나는 가격이다.
가전업체들은 그간 ‘아파트 평수+20’이 적당한 티브이 크기라고 마케팅해왔다. 이 때문인지 20~30평대 아파트가 많은 국내 시장에선 40~50인치 크기가 대세였고, 150만~200만원 선이면 꽤 쓸만한 제품을 살 수 있었다. 아무리 주문을 받아 제작·판매한다고는 하지만, 이런 국내 시장에서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에 버금가는 가격의 티브이가 팔리기는 할까?
제품을 출시한 지 며칠 안 된 엘지전자 쪽에선 “아직 주문 고객이 없다”고 솔직히 얘기했다. 먼저 치고 나온 삼성전자 쪽에선 “숫자를 공개할 순 없지만, 많진 않아도 꾸준히 주문이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지금까지 공개된 고화질 초대형 티브이의 국내 고객은 ‘청와대’가 유일하다. 청와대에는 삼성전자의 110인치 평면 유에이치디 티브이 2대가 설치돼 있어, 세종청사와의 영상 국무회의에 사용된다.
두 회사 모두 아직까지는 국내 시장에선 개인 고객들에게 이 고화질 초대형 티브이 시장이 크게 열릴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 듯 보인다. 두 회사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등 서울 강남의 핵심 ‘부촌’ 두어곳에만 제품을 전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업체들은 국내 시장에선 주로 대화면을 이용한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등을 필요로 하는 정부 기관이나 관공서, 대기업 등을 잠재 고객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와는 달리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선진 시장이나 중동과 중국 등 대부호가 많은 해외 시장에선 브이브이아이피(VVIP) 등 개인 고객까지 공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110인치 평면 유에이치디 티브이를 출시했을 때, 중동에서 하루 만에 10대가 판매되는 등 시장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억 소리 나는 티브이 시장의 수요는 그리 크지는 않다. 대량 판매되는 제품이 아닌데도 국내 가전업체들이 이런 고화질 초대형 티브이를 앞다퉈 내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티브이는 제품 교체주기가 5년으로 비교적 긴데, 이미 전세계 시장이 포화상태라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중국 업체들이 앞다퉈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은 기술 ‘프리미엄’을 내세워 차별성을 찾고 있는 것이다. 또 지금은 당장 매출에 큰 기여를 못한다고 해도, 기술력을 과시하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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