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지전자 생활가전(HAE)디자인연구소 소형가전팀의 배세환 전문위원(가운데)과 김진수 선임연구원(왼쪽), 장윤서 연구원(오른쪽)이 지난 11일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 등 사용성을 강조하며 올해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한 소형 가전제품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엘지전자 제공
[경제와 사람]
LG전자 소형가전팀 디자이너 3인방
LG전자 소형가전팀 디자이너 3인방
기존 제품 하나하나 뜯어보고
거실에 놓고 사용해보면서 보완 여러 요소 자꾸 더하는 것보다
정직하게 기능 보여주는 ‘뺄셈’ 강조
“사용성 고민하면 스타일은 절로” 배 전문위원은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디자이너들마다 해결 방법이 다른 만큼,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자유롭게 들어 최상의 방법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디자이너들은 기존의 제품을 직접 ‘분해’해 부품 하나하나의 기능과 구조를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 거실로 꾸민 공간에서 시제품을 사용해보며 끊임없이 보완한다. 이들이 담당하고 있는 소형가전은 대형가전에 비해 ‘디자인 차별화’에 따라 성공이 크게 좌우된다. 소형가전 디자인은 집안의 전체적 인테리어에 조화롭게 녹아들면서도 포인트 소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동시에, 한눈에도 사용하기 편리하겠다는 느낌까지 줘야 한단다. 이런 까다로운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건 의외로 ‘뺄셈’이다. 배 전문위원은 “디자이너들이 더 멋진 제품을 만들겠다며 흔히 범하는 실수가 여러 요소를 자꾸 더하는 것”이라며 “정직하게 제품의 ‘기능’을 보여주려고 할 때 오히려 훨씬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온다”고 말했다. 장윤서 연구원은 “이유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세계적 디자인상을 휩쓴 엘지의 소형가전 제품들은 모두 이 공식을 따랐다.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의 경우, 군더더기를 덜어내면서, 끌고 다니는 형태의 손잡이와 전면 투명 물통 등 사용성을 시각화하는 데 디자인의 중점을 뒀단다. 김진수 선임연구원은 “끄는 형태의 손잡이를 보면서 이동이 편리하겠구나,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또 만수 표시창을 따로 두지 않아도 투명물통을 통해 물을 비울 때가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동그라미 모양의 공기청정기 ‘쉼표’는 ‘공간 사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소형가전의 특성을 고민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핵심 부품인 팬이 원형이다 보니 사각형 케이스 안에 불필요하게 노는 공간이 많았다. 그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다보니 동그라미 디자인이 나왔다”는 것이다. 배 전문위원은 이런 디자인 변화가 ‘과감한 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단지 사각형에서 원형으로 케이스를 바꾸는 게 아니라 이에 맞춰 부품도 싹 다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았다면 비용 부담이 수반되는 이런 디자인 차별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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