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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세계 3대 가전 디자인상 휩쓴 비결?
“이유 있는 디자인이 이유”

등록 2014-07-14 20:07수정 2014-07-15 14:01

엘지전자 생활가전(HAE)디자인연구소 소형가전팀의 배세환 전문위원(가운데)과 김진수 선임연구원(왼쪽), 장윤서 연구원(오른쪽)이 지난 11일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 등 사용성을 강조하며 올해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한 소형 가전제품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엘지전자 제공
엘지전자 생활가전(HAE)디자인연구소 소형가전팀의 배세환 전문위원(가운데)과 김진수 선임연구원(왼쪽), 장윤서 연구원(오른쪽)이 지난 11일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 등 사용성을 강조하며 올해 세계 3대 디자인상을 석권한 소형 가전제품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엘지전자 제공
[경제와 사람]
LG전자 소형가전팀 디자이너 3인방
디자이너라면 옷차림부터 뭔가 다를 줄 알았다. 그러나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엘지(LG)전자 사옥에서 만난 배세환 전문위원과 김진수 선임연구원, 장윤서 연구원 등 소형가전팀 소속 디자이너 3인방은 선입견을 깨놓았다.

단색의 셔츠와 양복바지, 블라우스·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을 한 이들은 ‘나인투식스’(혹은 나인투포에버)의 전형적인 샐러리맨들과 별반 달라보이지 않았다. “조직의 분위기가 자유롭긴 한데, 요샌 튀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개성을 살리는 게 흐름이죠.” 배세환 전문위원이 웃으며 말했다.

겉보기엔 평범한 샐러리맨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올해 가습기(에어워셔)와 제습기(휘센 칼라하리), 공기청정기(쉼표)로‘아이디이에이’(IDEA)와 ‘레드닷’ 그리고 ‘아이에프’(iF) 등 세계 3대 가전 디자인상을 모조리 휩쓴 ‘예술가’들이기도 하다.“비결이요? 제품의 사용성(사용 편의성)을 고민하다 보면 스타일은 절로 나옵니다.” 23년 경력의 베테랑 디자이너인 배 전문위원의 답변은 의외로 단순했다.

사용성을 강조한 디자인은 번쩍하는 아이디어 한 방이 아니라, 철저한 소비자 연구와 협업에서 나온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배 전문위원 등이 속한 소형가전팀은 만들어진 지 1년여 된 신생 팀이다. 대개의 가전 디자이너들이 냉장고나 에어컨 등 제품별로 디자인을 하는 것과는 달리, 이 팀에선 모든 디자이너가 여러 제품의 디자인에 두루 참여한다.

철저한 소비자 연구와 협업 중시
기존 제품 하나하나 뜯어보고
거실에 놓고 사용해보면서 보완

여러 요소 자꾸 더하는 것보다
정직하게 기능 보여주는 ‘뺄셈’ 강조
“사용성 고민하면 스타일은 절로”

배 전문위원은 “같은 문제가 발생해도 디자이너들마다 해결 방법이 다른 만큼,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자유롭게 들어 최상의 방법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디자이너들은 기존의 제품을 직접 ‘분해’해 부품 하나하나의 기능과 구조를 이해하는 일부터 시작해, 거실로 꾸민 공간에서 시제품을 사용해보며 끊임없이 보완한다.

이들이 담당하고 있는 소형가전은 대형가전에 비해 ‘디자인 차별화’에 따라 성공이 크게 좌우된다. 소형가전 디자인은 집안의 전체적 인테리어에 조화롭게 녹아들면서도 포인트 소품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동시에, 한눈에도 사용하기 편리하겠다는 느낌까지 줘야 한단다. 이런 까다로운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건 의외로 ‘뺄셈’이다. 배 전문위원은 “디자이너들이 더 멋진 제품을 만들겠다며 흔히 범하는 실수가 여러 요소를 자꾸 더하는 것”이라며 “정직하게 제품의 ‘기능’을 보여주려고 할 때 오히려 훨씬 혁신적인 디자인이 나온다”고 말했다. 장윤서 연구원은 “이유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세계적 디자인상을 휩쓴 엘지의 소형가전 제품들은 모두 이 공식을 따랐다. ‘휘센 칼라하리 제습기’의 경우, 군더더기를 덜어내면서, 끌고 다니는 형태의 손잡이와 전면 투명 물통 등 사용성을 시각화하는 데 디자인의 중점을 뒀단다. 김진수 선임연구원은 “끄는 형태의 손잡이를 보면서 이동이 편리하겠구나, 자연스럽게 생각할 수 있게 된다. 또 만수 표시창을 따로 두지 않아도 투명물통을 통해 물을 비울 때가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동그라미 모양의 공기청정기 ‘쉼표’는 ‘공간 사용을 최소화’해야 하는 소형가전의 특성을 고민한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핵심 부품인 팬이 원형이다 보니 사각형 케이스 안에 불필요하게 노는 공간이 많았다. 그 불필요한 공간을 줄이다보니 동그라미 디자인이 나왔다”는 것이다. 배 전문위원은 이런 디자인 변화가 ‘과감한 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단지 사각형에서 원형으로 케이스를 바꾸는 게 아니라 이에 맞춰 부품도 싹 다 교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회사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않았다면 비용 부담이 수반되는 이런 디자인 차별화는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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