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대형마트 관계자 불러 모아
업계 1위 서울우유 “인상폭 못 정해”
업계 1위 서울우유 “인상폭 못 정해”
우유 가격 인상을 두고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압박에 나서면서 유제품 제조·유통 업체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동원에프앤비(F&B)는 1일 우유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전면 보류한다고 밝혔다. 동원은 이 날 시행에 들어간 원유 가격 연동제에 따라 자사 유제품의 가격을 평균 7.5% 인상할 예정이었다. 동원에프앤비 관계자는 “소비자 물가 등을 감안하여 인상시기를 재검토하기로 하였다”고 말했다. 원유 가격 연동제란 원유 가격을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에 따른 생산비에 연동해 정하는 제도로, 이에 따라 원유 가격은 이 날부터 ℓ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12.7% 올랐다.
원유 가격 연동제 도입에 따라 유제품 업체들이 차례로 가격 인상을 예고하던 지난 30일 정부는 대형마트 업체 관계자를 불러 모았다. 우유 소비자 가격은 보통 생산업체와 유통업체 사이의 조율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는 이날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와 하나로클럽 관계자를 정부 서울청사로 불러, 최근 원유가격 인상에 따른 시장 동향을 점검했다. 익명을 원한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정부가) 올리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인상폭을 최소화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 물가 안정 차원에서 우리도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유는 고객이 많이 찾는 소매품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커피, 빵 등 다른 제품의 가격에도 영향이 큰 재료이기도 하기 때문에 소비자 물가에 끼치는 영향이 큰 편이다.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도 심상치 않은 데다 하반기에 공공요금 인상도 예고되어 있어 정부로서는 팔짱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업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우유 시장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의 관계자는 “아직 인상폭과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 정부가 대형 유통업체들을 부르는 등 물가 영향에 민감하게 반영하는 것도 논의가 길어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우유 가격 인상을 공식적으로 밝힌 대형 업체는 매일유업 뿐으로, 이 회사는 오는 8일부터 흰 우유 1ℓ들이 가격을 2350원에서 2600원으로 10.6% 인상하기로 하고 유통업체와 논의 중이다.
하지만 정부 압박에도 불구하고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원유 가격 연동제로 재료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도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매일유업의 인상 결정은 통상 업계 1위인 서울우유가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 그에 따라 다른 업체들이 가격 인상 등을 결정했던 기존 관행에 견주면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인상 압박이 크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