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결함’ 명시 안돼 규정 있으나마나
강제성 없어 결함차 교환·환불 5%뿐
강제성 없어 결함차 교환·환불 5%뿐
지난해 12월 대형 승용차를 구입한 이아무개(남)씨는 구입 다음날부터 차량 이상 증상으로 시달렸다. 차량 제어장치들이 오작동을 일으키다가 급기야 고속도로 주행 중 전조등과 계기판이 꺼지는 바람에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휴게소에 들러 차량을 점검한 뒤 시동을 걸자 이번에는 아르피엠(RPM)이 2500 넘게 치솟고 심한 소음이 발생했다. 5차례 수리를 받았지만 증상이 반복되자 이씨는 차량 교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제조사는 “수리는 가능하지만 교환은 안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소비자 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 조사 결과, 이씨 경우처럼 신차에 중대한 결함이 있어도 교환 및 환불 규정이 모호해 소비자 안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나타났다.
컨슈머리서치는 20일 지난해 접수된 자동차 상담 제보 1252건을 분석한 결과, 10.4%인 131건이 신차와 관련된 불만이었다고 밝혔다. 주된 내용을 보면, 도로 주행 중 시동이 꺼지거나 걸리지 않는 경우, 주행 중 핸들 잠김, 치솟는 아르피엠(RPM)과 소음 등이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관련 규정이 모호해 보상을 받기는 “하늘의 별따기”라는 게 연구소의 지적이다. 국내 관련 규정인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은 신차의 중대 결함 시 교환 및 환불을 해주도록 하고 있으나 무엇이 중대 결함인지 기준을 명시하고 있지 않다. 연구소는 “국토해양부조차 명문화된 규정이 없고 제조사에 따라 다르다고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있는 규정도 강제가 아닌 권고 사항에 불과하다. 한국소비자원이 2011년 조사한 결과, 신차 결함 때 교환이나 환불이 이뤄지는 경우는 5% 수준에 불과했다.
연구소는 특히 “운전자의 안전이 달린 자동차를 일반 공산품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규정은 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 중대 결함 2회 이상 발생 시 또는 12개월 이내 동일 하자 4회 이상 발생 시 등의 경우 교환 및 환불을 권고하고 있는데, 휴대전화나 텔레비전(TV)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백진주 컨슈머리서치 부장은 “결국 결함으로 큰 사고가 났다고 해도 환불을 받으려면 다시 목숨을 걸고 운전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 등의 경우, 운전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강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975년 미국 연방에서 처음 제정된 맥너슨-모스법으로, 이른바 ‘레몬법’이라 불리는 법이다. 오렌지인줄 알고 산 제품이 시큼한 레몬인 경우에 빗댄 이 법은 중대 결함이 확인된 경우 차량 교환과 환불을 강제하고, 주에 따라선 구입가의 2배 배상과 법정소송 비용까지 물게 하기도 한다. 컨슈머리서치는 “한국은 중대 결함에 대한 판정마저 제조사의 판단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명확한 규정과 제재 조항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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