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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젊은 장사꾼 유치하고 마트형으로 개조하고
전통시장 옛정취도 ‘리모델링’

등록 2012-07-08 20:47수정 2012-07-08 21:12

지상 3층 규모의 국내 최초 ‘마트형’ 전통시장으로 개장한 전북 군산 공설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지난 5일 각 층을 연결하는 자동보행로(무빙워크)를 이용하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 제공
지상 3층 규모의 국내 최초 ‘마트형’ 전통시장으로 개장한 전북 군산 공설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지난 5일 각 층을 연결하는 자동보행로(무빙워크)를 이용하고 있다. 시장경영진흥원 제공
전주 남부시장·군산 공설시장의 변신
전주 남부시장 2층에 자리한 ‘청년몰’ 가게.
전주 남부시장 2층에 자리한 ‘청년몰’ 가게.
남부시장 둥지튼 20대 사장 ‘청년몰’
홍대골목 뺨치는 가게들로 활력

#1. 시장통에 들어서니 튀김 기름 냄새, 잡화 고무 냄새 따위가 비 내음에 섞여 훅 끼쳤다. 지난 5일 낮에 찾은 전북 전주의 남부시장은 아침부터 내린 비로 비교적 한산했지만, 명물 ‘남부피순대’ 앞에서 순댓국을 기다리는 이들의 모습은 재래시장의 옛 정취를 고스란히 풍겼다. 그러나 복판의 한 막걸리집 옆에 적힌 ‘레알 뉴타운’이라는 간판을 따라 2층으로 올라서자, 마치 서울 홍대 골목을 연상시키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식충식물을 파는 ‘범이네식충이’, 고민상담 칵테일바 ‘차가운새벽’, 보드게임방 ‘같이놀다가게’, 뽕잎버거를 파는 ‘뽕의도리’ 등 개성만점 간판을 단 가게들이 늘어섰다. 시장에 젊은 기운을 불어넣는 실험이 한창인 남부시장의 ‘청년몰’이다.

공설시장은 마트 편의성 접목
시장만의 향수 되살려

#2. 같은 날 찾은 전북 군산 공설시장은 시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현대적인 자태를 뽐냈다. 연면적 2만763㎡의 지상 3층 건물은 층마다 자동보행로(무빙워크)로 연결되어 있고, 3층에는 지역 여성들이 주 타깃으로 하는 문화센터가 들어섰다. 옥상에는 주차장이 마련됐다. 그러나 대형마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방앗간, 영양원 등이 1층에 들어서 전통시장의 향수를 자극했다. 가격 정찰제 없이 값을 흥정하고 덤을 얹어주는 모습도 정겨웠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SSM)의 무분별한 확장을 우려해 의무휴일제 등이 도입된 지 3개월이 넘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대형 유통사들은 의무휴일의 혜택이 전통시장 등에 돌아가지 못한 채 소비자 권리와 전체 시장만 위축시킨다고 주장한다. 이에 다른 전략으로 고객들에게 다가가려고 변신하고 있는 전통시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청년몰은 지난해 시작된 ‘청년장사꾼’ 사업(사회적 기업 ‘이음’과 남부시장번영회가 공동으로 남부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 후원을 받아 추진한 시장-청년 연대 사업)의 일환으로, 20대 청년 사업가 17명이 모여 지난 5월 문을 연 12개의 점포가 모인 상점가다. 전성기인 1970년대에는 전국 쌀 시세를 쥐락펴락했던 호남권 최대 전통시장인 남부시장은 현재 젊은 층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다. 여기에 ‘문화적 가치’를 불어넣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게 청년 사업가들의 포부다. ‘이음’의 김병수(44) 대표는 “오랜만에 찾은 남부시장에서 고등학교 시절 북적대던 모습이 실종된 것을 보고 실업난으로 고통받는 청년과 시장이 손을 맞잡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실제 청년몰이 들어선 뒤 시장은 변하고 있다. 청년 사장들이 관광지로 각광받는 근처 전주 한옥마을과 온라인에서 적극 홍보에 나선 덕에 시장을 찾는 외국인과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현수 번영회 회장은 “아직 매출 증가를 가늠하긴 이르지만 청년몰을 찾은 이들이 시장도 둘러보면서 주말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며 “대부분 50대 이상인 상인들도 일본어 안내판을 다는 등 기존 상술에 변화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군산 공설시장은 군산시가 시비 193억원을 투입하고 국비 97억원을 지원받아 화재 위험이 상존했던 기존의 건물을 허물고 국내 최초 ‘마트형’ 전통시장으로 새 단장해 지난 3월 개장했다. 97년 역사를 자랑하는 군산 공설시장은 2002년부터 합선으로 인한 화재 등이 잇따르면서 지금의 모습으로 재건축되기에 이르렀다. 시장에서 만난 김상훈(45·회사원)씨는 “퀴퀴한 냄새가 사라지고 깔끔한 환경이 쾌적하다”고 말했다.

재개장 4개월째,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군산시 지역경제과 김용구 과장은 “시장 전체 평균 매출은 평일 5000만원, 주말 7000만~8000만원가량으로 현대화 전보다 20~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첫 시도인 만큼 개선점도 눈에 띄었다. 주차장이 옥상에 마련돼 있어 예전보다 접근성이 떨어졌고, 하수시설 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일부 상인들의 불만을 들을 수 있었다.

전통시장 육성을 위한 중소기업청 산하 전문기관인 시장경영진흥원 김영기 홍보팀장은 “두 시장의 사례는 새 실험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기존 상인에 대한 전문 마케팅 교육과 함께 시장을 단순한 소비 장소가 아닌 전통문화를 느끼는 체험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사업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2010년 기준 전국의 전통시장은 모두 1517곳에 이른다.

전주 군산/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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