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 적합업종 철수 대신
식품 5개 품목 가격 인하
협력업체 납품가는 유지
CJ “매출증대액 협력사로”
일부선 “중기 자생의 길 터줘야”
식품 5개 품목 가격 인하
협력업체 납품가는 유지
CJ “매출증대액 협력사로”
일부선 “중기 자생의 길 터줘야”
씨제이(CJ)제일제당이 ‘서민 식품’ 5개 품목의 자체 마진을 포기하는 새로운 상생협력 실험에 착수했다.
씨제이제일제당은 오는 9일부터 콩나물, 국수, 칼국수, 당면, 단무지 등 5개 품목의 30개 제품을 ‘즐거운 동행-국민제품’으로 선정해 자체 마진을 포기한 가격으로 판매하겠다고 4일 밝혔다. 씨제이는 이들 제품에 대해 중소기업으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받은 뒤 중간 이윤을 전혀 남기지 않고 그만큼 소비자 가격을 낮춰 팔 방침이다. 씨제이는 “대형 유통업체에서 한시적으로 가격할인 행사를 벌인 적은 있지만 제조업체가 중소기업 배려를 위해 가격을 내린 모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유통되는 상품의 가격인하 효과는 제품에 따라 150~850원 선으로 가격 인하율은 평균 10%다. 씨제이는 “품질 변화 없이 가격경쟁력이 올라가 평균 매출은 10%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협력업체의 납품가격은 그대로 유지해 매출 증대 혜택이 협력업체에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선정된 제품에는 ‘국민제품’ 스티커를 붙여 마트 등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품목 가운데 국수, 당면, 단무지 등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대를 막기 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선정된 품목이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국수에 대해 주문자상표부착 생산 확장 자제, 단무지에 대해 대기업-협력업체 간 동반성장 노력 등을 권고했다. 김철하 씨제이제일제당 대표는 “당초 적합업종 선정 취지에 따라 이들 품목에 대한 사업 철수를 검토했지만 갑자기 철수할 경우 브랜드 인지도와 유통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협력업체들에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와 발상의 전환을 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쪽은 새로운 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우는 쪽으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광수 중소기업중앙회 동반성장실장은 “상생 차원에서 의미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들이 하청을 벗어나 스스로 설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대기업 상표를 찍은 상품을 생산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 중소기업의 자체 브랜드가 설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씨제이의 이번 ‘국민제품’ 선정 배경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재현 씨제이그룹 회장의 아버지) 사이 유산 소송 등으로 나빠진 기업 이미지를 쇄신해보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씨제이는 최근 ‘문화를 만듭니다 씨제이’라는 새 슬로건을 선보이며 적극적인 기업광고에 나서기도 했다. 씨제이는 ‘국민제품’을 계기로 ‘즐거운 동행’을 상생 노력을 뜻하는 그룹 전체 브랜드로 만들고 씨제이프레시웨이, 씨지브이(CGV), 이앤엠(E&M), 씨제이오쇼핑, 씨제이헬로비전 등 5개 주요 계열사로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다.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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