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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삼성가 이서현이 '3000만원 가방'을 품은 까닭은?

등록 2012-01-28 10:07수정 2012-01-29 15:46

자녀들과 함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일 오후 서울시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을 마친 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손을 잡은 채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자녀들과 함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일 오후 서울시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을 마친 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왼쪽)과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손을 잡은 채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지난해 ‘콜롬보’ 인수
“자체 브랜드 육성 대신 명품 명성에 기댄 것”
제일모직 쪽 “패션 글로벌화 위한 교두보일뿐 ”
독일에 사는 50대 재독동포 여성인 문아무개씨는 이달초 아버지 병간호차 한국에 잠시 귀국해서 친구를 만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란 경험을 했다.

이 백화점 2층에 있는 한 가방매장 쇼윈도에 진열된 백의 가격표를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가격표의 숫자를 셌다. 가격은 38만원도, 380만원도 아닌 3888만7000원이었다. 문씨의 입에서는 “미쳤어. 미쳤어”라는 탄식같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러면서 믿을 수 없다는 듯 옆에 있던 친구 김아무개씨에게 “이 백을 사는 사람이 있어?”라고 물었다.

독일 공무원인 남편의 월급으로 아이들 셋을 키우느라 벼룩시장만을 이용하는 근검절약이 몸에 밴 문씨로서는 3천만원이 넘는 악어가죽백을 사고파는 한국의 명품 소비 현실 자체가 신기한듯했던 것이다.

문씨는 콜롬보라는 브랜드 매장에 들어가보았다. 진열장 벽면이 악어가죽으로 도배된 초호화 매장 분위기에 기가 죽기는커녕 가격을 다시 확인하곤 “미쳤어 미쳤어”라는 말을 연발했다. 매장 점원들은 교육을 받은 듯 얼굴하나 찌푸리지 않은 채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로만 답했다.

친구 김씨는 문씨에게 한국의 명품소비 현실을 한참 설명해야 했다.

27일 기자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콜롬보 매장에 들어가서 가격대를 물어보자 매장직원의 입에서 나온 수치는 2700만원대를 비롯해 대부분 거의 2천만원이 넘었다. 매장 앞 쇼케이스에 진열된 3888만7000원짜리 악어백으로 발길을 옮기자 매장 점원은 “이 제품은 압구정 지점에서 단 1점뿐인 제품”이라며 “디자인은 같은 게 있지만 색상과 스타일은 다르다”고 말했다.

4천만원 가까운 최고가 악어백 가방을 판매하는 ‘콜롬보 비아 델라 스피카’ 브랜드는 사실은 한국 재벌기업 소유이다. 삼성 그룹 계열사인 제일모직이 지난해 11월 1937년 콜롬보 브랜드를 만든 원소유주인 이탈리아 ‘모레띠’ 가문으로부터 100% 지분을 인수해 삼성그룹 소유의 브랜드가 됐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이 콜롬보 인수작업을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현 부사장은 공개적인 석상에서 “잠재력이 큰 한국 디자이너가 많은데도 아직까지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디자이너나 브랜드가 없다는 게 속상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당시 경제지를 중심으로 언론들도 “이서현 ‘패션명가 꿈’…명품 ‘콜롬보’ 품었다” “콜롬보 에르메스처럼 키우겠다” 등 호의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재벌기업 3세의 명품 브랜드 사냥은 패션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키우는 대신 손쉽게 외국 명품 브랜드의 명성에 기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패션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명품브랜드를 육성하겠다는 생각을 무작정 비판만을 할 순 없다”고 전제하고 “브랜드 가치라는 게 장인들의 오랜 손끝의 정성이 소비자들에 의해 인정받아 생성된다는 점에서 남이 만들어놓은 브랜드를 그대로 가져온다는 게 동종업종으로서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거듭해온 재벌기업의 속성이 외국 명품 브랜드 인수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제일모직쪽은 자체브랜드 육성 개발 소홀이라는 지적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심문보 제일모직 커뮤니케이션2팀 팀장은 “제일모직은 빈폴 로가디스 등 자체 브랜드를 오랫동안 키워왔다”면서 “콜롬보 인수는 제일모직의 패션 글로벌화 차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극히 미미하다”라고 밝혔다.

기술력과 브랜드력은 있지만 매장 수는 적은 콜롬보를 인수해 기존의 초고가 가죽제품 이외에도 구두, 선글라스, 의류 등으로 대중적인 명품라인을 확대해 2013년부터 명품 수요를 주도하고 있는 중국과 홍콩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2020년까지는 매장 100개, 매출 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초고가 명품 브랜드가 단기간에 대중 명품 브랜드로 변신한 사례가 외국에서는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의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외국보다는 한국에서 입소문을 타고 초고가 명품을 선호하는 부유층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에 사는 한 주부는 “부유층에서 인기높은 에르메스 캘리백의 경우 수천만원 주고도 공급이 달려서 입수하려면 1년 이상 걸려야 하는데 비해 콜롬보는 나이 든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고가의 악어백이기 때문인지 시어머니 예단용으로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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