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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언젠가 본듯한 ‘IMF마케팅’ 쏟아진다

등록 2008-10-13 14:43

롯데백화점 옷 1만원 균일가전
여성의류 신상품 1+1 끼워팔기

롯데백화점 본점은 지난 10일 ‘여성캐주얼 1만원 균일가 한정판매전’을 열었다. 고급이미지를 중시하는 백화점이 이런 이름을 내거는 것은 드문 일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1만원 균일가전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처음인 것 같다”며 “가을 세일 실적이 저조한데다, 형편이 어려운 의류업체들이 많아 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획행사에 신상품을 내놓는 업체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부 안진영(34)씨는 “전에는 백화점 정식 매장에서 옷을 샀지만 최근에는 매대에 깔아놓고 파는 기획상품을 산다”고 말했다. 그는 “물가가 너무 올라 마트에서 똑같이 장을 봐도 몇만원 이상 더 나온다”며, “아이 때문에 식품비는 줄일 수 없고 결국 옷값을 아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기 웅진코웨이 대표이사는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5년 만기가 된 비데 고객들이 새 비데로 바꿀 때 렌털료를 1500원 깎아줬더니 신청고객이 4배가 늘었다”며 “그만큼 요즘 고객들이 한푼이 아쉽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는 21일 외환카드와 제휴해 고객의 카드사용 실적에 따라 현금을 고객통장에 넣어주는 이벤트를 시작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경기 하강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소비자들의 심리도 꽁꽁 얼어붙고 있다. 매출이 줄고 있는 업체들은 어떻게든 소비자 지갑을 열어보려고 눈물의 ‘세일’을 펼치고 있다. 마치 10년 전으로 되돌아간 듯한 ‘아이엠에프(IMF) 마케팅’들이 쏟아지고 있다.

의류업계는 이미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1년 전 재고는 30~40%, 2년 전 재고는 70~80% 깎아 파는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의류업체들이 1년 전 상품을 70~80% 할인해서 털어버리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웃렛 등에서나 볼 수 있었던 1+1 행사를 가을 신상품에도 적용하고 있다. 한 여성의류는 39만8천원짜리 재킷을 사면 23만8천원짜리 바지를 주는 행사를 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고어텍스 자켓을 사면 트레이닝복(코오롱스포츠), 패딩재킷(노스페이스) 등을 끼워주는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이미 부도가 난 업체들도 많다.

외식업계도 할인경쟁 불불어
은행·정수기업체 현금마케팅

가계의 ‘절약 1순위’ 대상인 외식 업계도 비상이다. 그동안 고가정책을 써온 피자헛은 지난달 6천원짜리 점심메뉴 ‘스마트런치’를 시작했다. 피자헛 관계자는 “현재 매출의 30%가 이 메뉴”라며 “고객들이 요즘은 샐러드도 먹지 않는다”고 전했다. 5월에 내놓은 9900원짜리 저가 피자도 인터넷주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피자헛의 피자 평균가격은 2만원 안팎이었다. 패밀리레스토랑 ‘빕스’에서는 이달부터 평일 점심때 샐러드바 값(1만7800원)에 1000~3000원만 더하면 햄버거스테이크 등 메인메뉴를 먹을 수 있다. 외식업계의 할인경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아이엠에프 사태 당시의 인기상품을 다시 적극적으로 팔려는 움직임도 있다. 지에스홈쇼핑은 지난 11일부터 전기매트 판매를 시작했다. 방송횟수도 늘리고 가격도 지난해보다 20%나 낮췄다. 류형배 생활용품 담당 엠디는 “전기매트의 최대 전성기는 아이엠에프 사태 직후인 90년대 후반이었다”며, “보일러를 켜지 않고 전기매트로 견디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웅진코웨이처럼 고객에게 아예 현금을 쥐여주는 ‘현금마케팅’도 번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신규 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10~11월에 3만원 이상 결제하면 3천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벌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외환위기 당시 할인점들이 너도나도 ‘우리가 ○○지역 물가를 떨어뜨리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었다”며, “최근 유통업체들의 움직임을 보면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이마트는 ‘주부생필품 500대 품목 대할인쇼핑’ 행사를, 롯데마트는 ‘초대형 물가안정 프로젝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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