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 글로벌 쇼핑’ 직접구매 바람
국내보다 싼 국외사이트 찾아 45만원 화장품 17만원에 구입
방문하는 한국 구매자 늘자 유럽 유기농업체, 한국어서비스
방문하는 한국 구매자 늘자 유럽 유기농업체, 한국어서비스
13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맞벌이 주부 황아무개씨(34)는 지난달 유럽의 유기농제품 사이트인 카모마일몰에 들어가 독일의 유기농 화장품 ‘로고나’의 베이비 바디로션, 샴푸 등을 주문했다. 배송대행업체 수수료까지 합쳐 17만2천원이 들었다. 똑같은 제품을 국내 백화점이나 인터넷쇼핑몰에서 산다면 45만6천원이 든다. 국내 백화점에서 7만2천원에 파는 반팔 폴로 티셔츠는 폴로 본사 사이트에 들어가 14달러에 샀다. 최근에는 아메리칸이글이라는 미국 의류 브랜드 사이트에 들어가 180달러에 자신의 여름옷을 10개나 샀다. 황씨는 “인터넷 육아 까페나 직장 동료들 모임에서 요즘 뜨는 외국 브랜드나 제품들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며 “하지만 이런 제품들을 백화점 등에서 사려면 너무 비싸기 때문에 ‘직구’(직접구매)를 애용한다”고 말했다.
황씨처럼 유명 외국 브랜드 제품 구매를 즐기면서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구매 등을 이용하는 ‘알뜰 글로벌 쇼핑족’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아지트’격인 인터넷 까페나 블로그 등에는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여해 생생한 ‘글로벌 정보’를 교환한다. 제품 정보뿐 아니라 그 제품을 가장 싸게 살 수 있는 방법까지 서로 알려준다. 구매대행업체들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이 직접 외국 사이트에 들어가 물건을 구입하거나 국내 배송이 안되는 경우 배송대행업체만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배송료와 관세를 합쳐도 수입업체나 구매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보다 싸기 때문이다. 쇼핑 지역도 미국 사이트 위주에서 유럽, 일본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유럽 유기농제품 사이트인 ‘카모마일몰’(camomile-mall.eu)이나 ‘비올로기쉬 24’(biologisch24.com) 등은 이런 한국 구매자들이 너무 많아지자 아예 한국어 서비스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들에는 영어, 독일어와 나란히 한국어 표시가 떠 있다.
유통업체들도 이런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월 말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일본 기저귀 ‘군’을 직접수입해 판매했다. 이 제품은 첫 방송에서 30분 만에 매진되는 대박을 터뜨렸고, 롯데 쪽은 3월, 4월에 이어 다음달에도 추가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에스홈쇼핑도 다음달 2일 군을 론칭할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의 김예실 엠디(MD)는 “인터넷 발달로 소비자들이 제품 정보를 찾아내는 능력이 높아지고, 국외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채널도 다양해지면서 육아용품, 의류같은 부분에서는 국외브랜드 사용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며 “이런 제품들 중에서 홈쇼핑에 적합한 제품은 직접 방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요즘은 소비자들이 직접구매 등 워낙 똑똑하게 소비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구매를 끌어내기가 쉽지않다”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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