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대 ‘착한 와인’이 뜬다
대중화 바람타고 ‘데일리와인’ 소매 증가
수입업체, 싸고 질좋은 상품 공급에 주력
수입업체, 싸고 질좋은 상품 공급에 주력
주부 김정아(33)씨는 지난 주말 대형마트에서 1만원대 와인 3병을 샀다. 남편이 일찍 퇴근하는 날이나 주말 저녁식사에 곁들이기 위해서다. 김씨는 “다른 술에 견줘 와인이 식사와 잘 어울린다”며 “한식과도 잘 맞으면서 부담없는 가격대의 와인을 주로 구입한다”고 말했다.
국내 와인시장이 대중화하면서 1만원 안팎의 값싼 ‘데일리 와인’(가정에서 식사에 곁들여 부담없이 마시는 싼 와인)의 소비가 늘고 있다.
7일 와인 수입업체 수석무역의 김석우 마케팅팀장은 “지난해까지는 레스토랑·와인바 등 외식업소와 대형마트·백화점·주류전문점 등 소매업소의 와인 판매 비중이 6대4 정도였으나 올해는 5대5로 전망되는 등 소매업소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소매업소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대형마트에서도 1만원 이하의 저가 와인이 매출을 주도하고 있다. 와인숍이 따로 마련돼 있는 이마트 자양점의 경우, 올 들어 와인 매출에서 1만원 미만의 저가 와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56.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2%포인트 늘었다.
1만~2만원대 와인 비율도 31.3%로 3.9%포인트 증가했지만, 3만원 이상 고급 와인 비중은 12.3%로 오히려 9.1%포인트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와인 수입업체들도 데일리 와인 시장을 겨냥해 싸면서 질 좋은 와인을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두산 와인은 지난해 들여온 프랑스산 ‘카스텔 카버네 소비뇽’(1만원)의 반응이 좋아 올해 ‘패밀리 카스텔’이란 브랜드로 다시 들여올 예정이다.
수석무역은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오스트레일리아산 데일리 와인 ‘리틀 펭귄’(1만3800원)을 최근 들여왔다. 아영에프비시(FBC)도 보르도의 포도재배자조합 유니비티스가 만든 와인 ‘일레큐’(2만6000원)를 얼마 전 국내에 소개했다.
지난 3월엔 보르도와인협회가 직접 한국을 찾아 젊은층 소비자를 겨냥한 1만~4만원대 와인 100종을 전시·시음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알랭 비로노 보르도와인협회장은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소비자들이 라면이나 떡볶이 등과 편안히 즐길 수 있는 보르도 와인을 엄선했다”며 최근 성장하고 있는 한국 데일리 와인 시장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처럼 데일리 와인의 비중이 커지면서 수입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와인 유통에서 대형마트의 영향력이 커져 수입업체의 마진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들은 와인을 직접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와인 유통이 수입업체와 유통업체가 경쟁하는 양상을 띠면서 와인가격에 끼었던 거품이 빠지고 있는 점은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고 있다.
급속한 국내 와인 대중화는 와인 배우기 열풍까지 일으키고 있다. 한 와인업체 관계자는 “외식업소 등 와인을 판매하는 업소에서 소믈리에 등 전문인력 수요가 증가하자 자격을 갖춰 취업하려는 젊은이들이 와인 강좌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글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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