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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소비자 피해 구제 ‘쌍두마차’ 본궤도

등록 2007-12-26 22:06수정 2007-12-27 01:47

소비자단체 소송제도
소비자단체 소송제도
집단분쟁 조정제 이어 새해부터 ‘소비자단체 소송제’ 시행
13곳 ‘소송 적격단체’ 지정·변호인단 확충 등 준비
외산 저질제품 피해 막아…기업 “활동 위축” 우려

새내기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한 이동통신사가 신문에 낸 광고를 보고 서비스를 신청했다가 광고 가격과 실제 판매가격이 다른 점을 알고 항의했으나 소송까지 가기가 번거로워 포기하고 말았다. 그의 동료인 박아무개씨는 정수기 렌탈서비스를 받다가 개인 사정으로 해지하려 했으나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 때문에 과도한 위약금을 물어주어야 했다.

내년부터는 우리나라에도 ‘소비자단체소송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김씨나 박씨처럼 억울한 처지에 놓이는 이들이 조금 줄어들 것 같다. 소비자단체소송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단체가 소비자의 생명과 신체, 재산상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업자의 위법 행위를 금지 또는 중지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하는 소송이다. 소비자로서는 간단한 절차로 법원에 직접 피해방지를 요청할 수 있으므로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이 제도는 집단분쟁조정제도와 함께 올해 3월 발표된 개정 소비자법의 양대 뼈대다. 집단분쟁조정제도는 개정법 발효와 동시에 시행되고 있으나, 소비자단체소송제도는 시행시기를 내년부터로 유예했다.

정부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와 소비자단체 등 13개 단체를 소송 적격단체로 지정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소송 지원을 위한 변호인단 확충 등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 있다. 소비자단체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해당 업체에 관련 사실을 서면 통지하고 14일의 조정기간을 거쳐야 하며, 법원은 소송허가제를 두어 재판 여부를 사전에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소비자원 김성천 정책개발팀장은 “집단분쟁조정은 다수의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보상해주는 사후구제제도인 반면, 소비자단체소송은 소비자 피해가 더 이상 발행하지 않도록 금지 또는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상호보완적”이라며 “피해보상이 필요할 경우 집단분쟁조정과 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으로서는 이 제도가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소송 요건에 ‘저질 수입상품의 소비자 안전 위해’라는 항목이 포함돼, 외국산 저가저질제품의 국내시장 잠식에 따른 국내산업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하다. 그러나 집단분쟁조정에 이어 소비자단체소송까지 도입됨으로써, 소비자 권익을 앞세운 나머지 기업의 영업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기업정책팀장은 “기업이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위해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소비자들이 소송을 남발할 경우 기업으로서는 투자비용조차 건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또 “소비자 피해는 현행 법령으로도 행정관청이 감독하도록 되어 있는데, 분쟁사안이 법원으로 곧장 넘어가는 것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소비자들은 소송 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피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송성립 절차가 엄격하고, 소비자단체들도 자신의 공신력이 걸려 있는데다 법적 소송인 만큼 확실한 정보와 증거가 없이 소송을 남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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