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메뉴판에는 톨 사이즈와 그란데 사이즈의 가격표만 적혀 있을 뿐 숏 사이즈의 가격표가 없다. 대신 메뉴판 아래쪽에 “따뜻한 음료는 숏 사이즈도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라고만 작게 표기돼 있어 소비자들이 주문시 혼란을 겪고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메뉴판 하단에 작게 표기…일부 소비자 ‘교묘한 상술’ 제기
스타벅스 “너무 복잡하고 고객들이 톨 많이 찾아서 바꿨다”
스타벅스 “너무 복잡하고 고객들이 톨 많이 찾아서 바꿨다”
#1. 전경진(46)씨는 지난 4일 오랜만에 친구들과 스타벅스를 찾았다. 카페라떼 톨(tall) 사이즈를 주문했다. 숏(short) 사이즈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메뉴판에서 ‘숏 사이즈’를 찾을 수 없었다.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전씨는 “숏 사이즈는 메뉴뿐 아니라 아예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고, 직원의 안내도 따로 없어 (없어진 줄 알고) 톨 사이즈를 주문했다”고 했다.
#2. 대학생 김효진(22)씨는 스타벅스를 자주 찾는다. 커피맛뿐 아니라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어느날 메뉴판에서 ‘숏’ 사이즈 가격표가 사라지자, 이 사이즈 메뉴가 아예 없어졌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김씨는 “메뉴의 종류와 사이즈별 가격을 적어 소비자들이 손쉽게 먹고 싶은 음료를 선택하도록 하는 게 메뉴판의 용도로 알고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스타벅스 커피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이 비싼데, 싼 음료를 팔지 않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커피에서 숏 사이즈 아예 없어진 겁니까?”
스타벅스의 이상한(?) 메뉴판이 도마에 올랐다. 올 초 바뀐 메뉴판에 ‘숏’ 사이즈가 전부 사라졌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에서는 뜨거운 음료는 크기에 따라 ‘숏(237㎖)-톨(355㎖)-그란데(473㎖)’로, 얼음이 들어가는 찬 음료는 ‘톨-그란데-벤티(591㎖)’로 나눠 주문하도록 해왔다. 하지만 바뀐 메뉴판에는 숏 사이즈의 메뉴와 가격표가 사라진 대신 아래 쪽에 “따뜻한 음료는 숏 사이즈도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라고 작게 표기했다. 톨이나 그란데처럼 메뉴별 가격을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주의 깊게 보지 않은 소비자들은 ‘숏 사이즈 자체가 없어진 메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 “3종류 사이즈 메뉴판 너무 복잡하고, 고객들이 ‘톨’ 많이 찾아 바꿨다”
스타벅스는 왜 메뉴판을 바꿨을까. 스타벅스 쪽은 세 가지 사이즈의 가격이 모두 표기돼 있던 기존 메뉴판이 너무 복잡하다는 고객들의 의견이 많았고, 고객들이 톨 사이즈를 가장 많이 찾아서 이를 반영해 교체했는데, 그 뒤 고객들의 불만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코리아 박찬희 홍보팀장은 “스타벅스의 톨 사이즈 용량이 다른 커피브랜드의 스몰 사이즈와 같고, 일본과 미국의 일부 지역도 메뉴판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 추세”라며 “직원들에게 숏 사이즈가 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설명하라고 교육을 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스타벅스 코리아의 해명과 달리 이날 스타벅스 매장에서 만난 이들 대부분은 “숏 사이즈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메뉴판에서 찾을 수도 없고, 직원들의 설명이 없어 500원 더 비싼 톨 사이즈를 주문했다”고 불평했다. 또한 이들은 메뉴판의 목적이 고객들이 손쉽게 자신의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지만, 스타벅스의 바뀐 메뉴판은 ‘소비자의 편의를 위한다는’ 목적에도 부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김아무개(28)씨는 “올 때마다 매번 먹는 음료만 먹기 때문에 메뉴판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라면서도 “자주 이곳에 자주 오지 않거나 나이 든 분들은 ‘숏’ 사이즈 가격표가 없어진 메뉴판을 보고 가장 작은 사이즈가 ‘톨’ 사이즈로 오해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진영(30)씨 역시 “숏 사이즈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숏 사이즈를 주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직원한테 전달받지 못했다”며 “어쩔 수 없이 톨 사이즈를 주문했지만, 양이 많아 절반은 남기고 나왔다”고 말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스타벅스의 행태가 ‘얄팍한 상술’이라고 지적한다. 사이즈별 가격차가 500원씩인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숏’ 사이즈가 없어져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의 커피를 주문하지 못하도록 의도한 것처럼 보여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싼 것 아예 주문하지 말라는 ‘얄팍한 상술’ 아니냐?”
메뉴판 교체로 인해 불거질 수 있는 더 큰 문제는 가격 부담 외에 소비자들이 취향에 따른 선택이 방해받는다는 점이다. 일례로 에스프레소 커피에 우유가 들어가는 카페라떼는 숏과 톨 사이즈에 들어가는 커피양은 비슷하지만, 들어가는 우유량이 더 많은 톨 사이즈가 숏 사이즈보다 연하다. 좀더 진한 카페라떼를 즐기려면 숏 사이즈를 주문해야 하는데도, 메뉴판에서 숏 사이즈 가격을 찾지 못한 소비자들은 자신의 기호와 상관 없이 ‘톨’ 사이즈를 주문해야 한다. ‘톨’ 사이즈에서 ‘숏’처럼 진한 맛을 원할 때는 500원을 내고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해야 한다.
전씨는 “숏 사이즈가 없는 줄 알았고, 어쩔 수 없이 톨 사이즈를 주문했다”며 “숏 사이즈가 분명히 있는데도, 메뉴판에 가격표를 노출하지 않은 것은 분명한 상술이다. 고객이 혼란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28일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는 재미동포 이효성(46)씨도 “미국 캘리포니아만 해도 숏, 톨, 그란데 사이즈별 가격이 모두 다 같은 크기로 적혀 있다”며 “숏 사이즈도 판매한다면, 눈에 잘 띄도록 메뉴판에 적어주는 게 원칙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 팀장은 “카페라떼 같은 경우 자신이 원하는 맛대로 음료를 주문하지 못하는 상황을 포함해 소비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직원들에게 주문받을 때 숏사이즈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도록 교육을 시키는 한편, 문제로 지적된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메뉴판을 바꿀 때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스타벅스 메뉴판에는 숏 사이즈의 가격표가 없다. 대신 메뉴판 아래쪽에 “따뜻한 음료는 숏 사이즈도 주문하실 수 있습니다”라고만 작게 표기돼 있어 소비자들이 주문시 혼란을 겪고 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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