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터 교체 등 사후관리 부실에 위약금 바가지 씌우기
서아무개씨(서울시 중구)는 지난해 1년 의무 사용을 조건으로 정수기 렌탈서비스를 계약했다. 그런데 개인적 사유로 중도 해지하려 하자 전체 대금 50%를 위약금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광주 북구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8개월 동안 정수기 필터 교체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복통과 설사로 고생했다. 하지만 고객상담실 전산 내역에는 모두 교체된 것으로 허위 기재된 것을 알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득 증가와 환경 오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정수기를 이용하는 가구들이 늘고 있으나, 정수기 임대업의 고객 서비스는 문제 투성이어서 소비자 건강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올 상반기 접수된 소비자 민원 705건을 분석한 결과, 위약금 과다 청구 등 계약 해지와 관련된 불만이 168건(23.8%)으로 가장 많았고, △사후관리 불만(149건, 21.1%) △이물질 혼입 등 수질 이상(115건, 16.3%) △비용 불만(81건, 11.5%) 등이 뒤를 이었다. 누수와 명의 도용도 각각 7%나 됐다.
정수기 렌탈업체들의 현행 표준약관은 의무 사용 기간 중 잔여월 임대료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위약금으로 정하고 있다. 임대료는 기종과 용량, 임대 기간에 따라 다른데, 보급형인 170만원대 정수기의 경우 의무 사용 1년 계약을 2개월만에 해지하면 나머지 10개월 임대료 56만원의 절반인 28만원을 위약금으로 물어줘야 한다.
정수기의 사후 관리 부실에 따른 수질 이상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든 사례 말고도, 방문 점검이 지연돼 해약을 요구하자 넉달만에 정수기를 회수하면서 미납 요금을 요구하거나, 정수기 설치 잘못으로 1년 동안 정수되지 않은 수돗물을 마신 사실이 뒤늦게 밝혀진 경우도 있다.
소비자원은 위약금 부과액을 “의무 사용 기간의 잔여월 임대료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하되, 정수기 판매가의 10%를 넘지 않게 부과한다”는 개정안을 제안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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