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최소 진동”-브라운 “강한 진동”-파나소닉 “4중날” 가을 3파전
필립스 “최소 진동”-브라운 “강한 진동”-파나소닉 “4중날” 가을 3파전
가을 남성을 겨냥한 ‘턱밑 전쟁’이 시작됐다. 습식 면도가 꺼려지는 계절이 다가오면서 전기 면도기 업체들이 일제히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전기 면도기는 ‘가장 부드럽고 완벽하게’ 수염을 잡아내는 게 핵심 기술이다. 잔수염까지 깨끗이 없애주되 피부 자극은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모순된 두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면도기 업체의 기술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필립스와 브라운은 정반대의 기술력을 앞세우며 흥미로운 각축을 벌이고 있다.
■ ‘진동 기술’ 논란=필립스가 내놓은 새 제품 ‘아키텍’은 ‘(수염을) 들어올린 뒤 깎는’(리프트 앤드 컷) 기능을 담았다. 첫번째 면도날이 수염을 들어 올리면 두번째 날이 잘라내는 방식이다. 날이 여러 번 오갈수록 피부 자극이 크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한 것이다. 또 세 개의 원형 헤드가 360도 움직이는 입체 면도 기술을 적용했다. ‘밀착 면도’로 수염 절삭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김영진 소형가전사업본부 부사장은 “면도기의 떨림이 많으면 수염을 완벽하게 잡아낼 수 없기 때문에 모터의 진동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가격은 23만~38만원이다.
반면 브라운은 음파진동 기술을 적용한 새 모델 ‘프로소닉’을 내놨다. 면도기 헤드가 강하고 빠른 진동을 일으켜 누운 수염을 들어 올리는 기술이다. 이를 위해 면도날을 돌리는 모터 속도를 종전의 1.4배인 1분당 1만회로 높였다. 한국피앤지(P&G) 홍보실은 “특허를 받은 음파진동 기술로 피부에 파장을 일으켜 달라붙어 있는 수염을 훨씬 더 잘 잡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운은 지난 2005년 피앤지에 흡수합병됐다. 가격은 24만~34만원대다.
■ 누구 말이 맞나?=두 업체의 설명대로라면 소비자들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면도기의 진동이 수염 절삭력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정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기 때문이다.
피부 자극과 관련해서도, 필립스는 “진동이 사용감을 떨어뜨리고 피부에도 좋지 않은 건 상식”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브라운은 “진동 효과 덕분에 피부를 강하게 밀면서 면도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에 자극이 줄어든다”고 강조한다. ‘진동 기술’ 논란은, 두 업체가 채택하고 있는 고유의 면도날 방식에서 비롯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통적으로 필립스는 회전식 원형 헤드를, 브라운은 왕복식 직선 헤드를 사용한다.
국내 한 면도기 업체의 마케팅담당자는 “통상 원형 헤드는 ‘부드러운 면도’가 장점이어서 수염이 적고 곱슬인 사람한테, 직선 헤드는 ‘깨끗한 면도’에 강해 수염이 많고 뻣뻣한 사람한테 적당하다”며 “두 업체가 자신의 기술적 강점을 강조하면서 상대의 강점은 깎아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파나소닉은 전기 면도기로는 처음으로 4중날을 단 신제품 ‘람데쉬’를 내놨다. 기존 3중날에 얇은 마무리 날을 더해 ‘빠르고 간편한 면도’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다. 가격은 26만9천원이다. 세 업체의 신제품은 모두 습식 면도가 가능하며 자동 세척 기능을 갖췄다.
국내 전기 면도기 시장은 1천억원 규모인데, 각 업체가 주장하는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필립스 56%, 브라운 36%, 파나소닉 16% 등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필립스 ‘아키텍’ (왼쪽) / 파나소닉 ‘람데쉬’(오른쪽)
브라운 ‘프로소닉’
국내 전기 면도기 시장은 1천억원 규모인데, 각 업체가 주장하는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은 필립스 56%, 브라운 36%, 파나소닉 16% 등이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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