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섭 경제부 정보통신전문기자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 보기
애플이 인터넷 검색 프로그램(웹브라우저) ‘사파리’를 마이크로스프트(MS)의 ‘윈도’ 운영체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지난 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2007 세계 개발자 회의’ 때 직접 윈도용 사파리 시험판을 공개했다. 이로써 윈도 운영체제가 깔린 개인용컴퓨터(PC) 사용자들도 ‘사파리’를 쓸 수 있게 됐다.
사파리는 성능이나 사용의 편리성에서 엠에스의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애플은 지금까지 매킨토시 컴퓨터용만 내놔 윈도 사용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애플은 사파리 시험판을 회사 홈페이지(apple.com)에 올려, 누구나 내려받아 써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사파리는 홈페이지에 올려진 뒤 이틀만에 100만명 이상이 받아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윈도용 사파리로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욕심(?)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누리꾼이 인터넷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웹브라우저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엠에스를 견제하고, 개인용컴퓨터 사용자들을 ‘아이폰’ 사용법에 익숙하게 만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폰이란 전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 팔린 애플의 음악재생기 ‘아이포드’ 기반의 3세대 이동통신 단말기로, 애플은 이를 곧 내놓기로 했다.
애플은 아이폰의 무선인터넷 검색 프로그램으로 사파리를 채택했다. 개인용컴퓨터에서 사파리를 사용해본 사람들은 아이폰에도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 윈도 사용자들이 이를 채택한 스마트폰이나 개인정보기기(PDA)에 쉽게 익숙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애플은 음악서비스 ‘아이튠스’를 윈도 사용자들에게 개방해 음악서비스 시장을 석권했던 점을 들어, 사파리를 윈도 사용자에게 개방하는 전략도 성공할 것으로 확신했다.
애플의 목표는 누리꾼의 바램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윈도용 사파리가, 웹브라우저 시장에서 엠에스 익스플로러의 독점하는 구조를 깨줬으면 하는 게 대표적이다. 엠에스는 그동안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에 끼워파는 불공정행위까지 하며 웹브라우저 시장에 대한 장악력을 키워왔다. 이에따라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시장점유율은 80% 이상으로 높아졌고, 모질라의 ‘파이어폭스’는 15%를 밑돌고 있다. 웹브라우저 시장을 대표했던 ‘넷스케이프’는 이름만 유지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누리꾼들은 엠에스가 시장을 독점한 뒤 고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고, 기술 발전 속도도 예전같지 않다고 불만을 표시한다. 윈도용 사파리로 엠에스가 위기감을 느끼면 고객 서비스와 기술 개발 경쟁에 좀더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 사파리가 성능에서도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앞선다니, 누리꾼쪽에서도 좋은 프로그램을 쓰면서 경쟁을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