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음악산업 시장규모
삼성-소리바다 손잡자 이통업계 “올 것이 왔다”
콘텐츠 승부속 음원·서비스 업체 “우린 어디로”
콘텐츠 승부속 음원·서비스 업체 “우린 어디로”
이 달 초 삼성전자와 소리바다가 손을 잡은 뒤, 이동통신 업계와 온라인 음악시장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대기업들의 본격적인 ‘온라인 콘텐츠 전쟁’이 예감되기 때문이다.
이통사 “긴장”…음원업체 “새우등 되나?”=삼성전자와 소리바다는 지난 2일 ‘디지털 음악사업에 필요한 단말기와 콘텐츠를 상호 공급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국내 1위 이동통신 단말기 생산업체이고, 소리바다는 국내 최대 음악파일 공유업체다. 가장 덩치가 큰 음원 수요자와 유통업자가 만난 셈이다. 소리바다는 제휴 직후 서너곳의 음원 공급업체와 신규 계약을 체결하고 오랜 저작권 분쟁을 해결하는 등 만반의 채비를 갖췄다.
공식적으로 삼성전자는 ‘음원사업 진출 가능성’에 손사래를 친다. 소리바다쪽이 제휴 사실을 주가 띄우기용으로 서둘러 공시한 것 같다고 눈총을 보낸다. 심재부 정보통신 총괄부문 부장은 “아직 음원 서비스의 방식과 규모 등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며 “우리는 제조업체이지 음원 사업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한테 더 많은 엔터테인먼트 기회를 제공하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동전화를 통한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을 독점해온 이동통신 3사는 삼성의 음악시장 진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강력한 경쟁자를 만났다며 경계심을 감추지 않는다. 에스케이텔레콤 원흥식 차장은 “어렵게 정착하고 있는 온라인 음악서비스 시장이 흐트러질까 걱정”이라면서 “솔직히 긴장된다”고 말했다.
음원 공급업체와 중소 서비스업체의 ‘심경’은 다소 복잡하다. 수익 모델과 판로가 다양해지는 건 반길 일이나, 종국에는 대기업들한테 시장 주도권을 내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음원 공급업체인 와이더댄의 금기훈 이사는 “음원 불법복제 방지 정책과 유료화 정착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콘텐츠가 경쟁력이다” 무한경쟁 불가피= 삼성전자는 현재 엠피3 제품에 음악을 제공하고 있지만, 휴대전화는 컬러링·벨소리 판매 수준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언젠가는 삼성이 온라인 콘텐츠 사업에 적극 발을 디딜 것이란 관측이 많았고, 업계에서는 이번 제휴를 그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낸 보고서에서 “휴대용 단말기 시장은 하드웨어 부문에선 복·융합(컨버전스) 등 신기술과 디자인 경쟁이, 소프트웨어쪽에선 다양하고 새로운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 경쟁이 갈수록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가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국산 단말기’의 경쟁력은 결국 콘텐츠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실제 애플컴퓨터는 아이포드(엠피3)-아이튠즈(음원서비스) 모델로 미국 온라인 음악시장을 평정했다. 최근에는 음악 뿐 아니라 영화 내려받기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더욱 공격적인 온라인 콘텐츠 사냥에 나서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올초 가전박람회에 참석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온라인 음악서비스에 많은 관심을 나타낸 바 있다. 이번 제휴가 ‘휴대전화 재도약’의 중책을 맡은 최 사장의 전략이 담긴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까닭이다. 케이티에프 남승현 차장은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콘텐츠 사업에 뛰어드는 것으로 본다”며 “앞으로는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통사가 경쟁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김회승 하어영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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