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도입 방침…“서민 차별” 반발도
삼성생명이 지난 8월 업계에서 처음으로 보험가입 심사 때 소비자의 개인 신용도를 반영해 보험 가입액 한도를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자, 서민들에 대한 차별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그런데 그동안 관망해 오던 다른 생명보험사들이 ‘여론이 잠잠해진 틈을 타’ 이르면 내년 초부터 이 제도를 적극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삼성생명에 이어 신용등급 활용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곳은 금호생명이다. 금호생명은 최하위 등급인 10등급의 경우 보험 가입액(사망보험금 기준) 한도를 3천만원으로, 9등급과 8등급은 각각 5천만원과 1억원을 상한선으로 하는 방안을 놓고 검토중이라고 27일 밝혔다. 한국신용정보가 매긴 10등급은 개인파산·개인회생·개인워크아웃 신청자는 물론 금융회사에 3달 이상 연체 중인 사람이 모두 해당된다.
지금은 소비자들이 보험에 가입할 때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보험사와 가입자 직군에 따라 최고 15억~20억원까지 들 수 있다. 금호생명 경영기획팀 관계자는 “보험료 납부 능력이 없으면서도 보험금을 노리고 가입하는 보험 사기 등을 막기 위해 신용등급 활용 방안을 늦어도 내년 6월 이전까지는 실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알리안츠생명과 흥국생명, 교보생명 등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의 보험 가입액을 제한하는 방안을 시행하는 것을 모색중이다.
또 대한생명은 내년 1월부터 개인 신용도를 보험 가입심사 때 반영하되, 신용등급이 우수한 1~2등급의 보험 가입액 한도를 10~30% 정도 늘려주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단순히 신용이 불량하다는 이유로 미래 사고에 대비한 보험 가입에 차별을 두는 것은 돈 없는 서민의 사회보장 혜택을 가로막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내어 “생보업계의 이런 행태는 사회적 약자의 사회 안전망 접근을 가로막고, 과중 채무자를 범죄자로 예단하는 것”이라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최익림 기자 choi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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