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상장 당시 건물 외관에 부착된 파페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Inc)가 세계 최대 규모 명품 플랫폼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한다. ‘최저가 판매’라는 이미지에 갇혔던 쿠팡이 국내는 물론 500조원 넘는 개인 글로벌 명품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쿠팡아이엔씨는 “최고의 온라인 럭셔리 기업 파페치 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했다”며 “약 5억달러(6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쿠팡이 글로벌 기업 인수에 나선 것은 지난 2020년 싱가포르 오티티(OTT) 업체인 훅(hooq) 이후 두 번째다.
파페치는 포르투갈 사업가 주제 네베스가 지난 2007년 영국에서 창업한 명품 플랫폼으로, 에르메스·루이뷔통·샤넬을 비롯한 글로벌 명품 브랜드 1400여개가 입점해 있으며, 전세계 190개국에 진출해있다. 또 뉴가즈(NGG) 그룹 등 럭셔리(사치품) 브랜드도 여럿 거느리고 있다. 상당수 브랜드의 정식 판권을 확보해 가품 우려를 원천 차단하는 전략으로 입지를 다졌다. 지난 2018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약 23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상장 이후 무리한 인수 작업 등으로 최근 도산 위기에 몰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쿠팡은 “탁월한 운영 시스템과 물류 혁신을 파페치의 선도적 역할과 결합해 전세계 고객과 부티크, 브랜드에 최고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쿠팡은 이번 인수를 통해 4천억달러(약 520조) 규모에 달하는 글로벌 개인 명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파페치 인수를 통해 190개국에 진출한 이커머스 네트워크는 물론 럭셔리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유통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그간 ‘최저가’와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한 신선식품·공산품 등에 견줘 취약했던 패션·명품 쪽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쿠팡은 지난 7월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 럭셔리’를 열고 명품 화장품 새벽 배송을 시작한 바 있다. 쿠팡 쪽도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한국은 파페치의 엄청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독보적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대형마트를 넘어서 백화점 영토까지 넘보고 있다고 해석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업계 관계자는 “최저가와 로켓배송을 통해 이마트를 넘은 쿠팡이 이제 백화점의 주력 분야인 럭셔리·명품 쪽을 공략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파페치 인수로 ‘가품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인데, 가격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짚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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