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 ㄱ씨는 한 셀프 포토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기계에 현금 5만원을 넣었으나 거스름돈이 나오지 않았다. 의아하게 여긴 ㄱ씨는 기계를 샅샅이 살펴본 끝에 ‘잔돈이 반환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작은 글씨로 적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 ㄴ씨는 기계에 돈을 넣고 촬영을 시도했지만,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았다. 매장 내 안내된 사업자 번호로 5번 넘게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문자메시지로 환급을 요청했으나 어떠한 회신도 받지 못했다.

최근 2030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셀프 포토 스튜디오를 이용했다가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019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접수된 불만 신고 건수는 모두 31건이었다고 23일 밝혔다.

신고 내용을 종류별로 보면, 기계 고장이 17건(54.8%)으로 가장 많았고, 중복결제 피해 5건, 잔액 미반환 및 결제 취소 불가가 3건 등이었다. 이밖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사업자와 연락이 안 되거나 연락처 자체가 기재돼 있지 않다는 불만 신고도 있었다.

소비자원은 지난 8월28일부터 한 달간 수도권에 있는 셀프 포토 스튜디오 10개 업체, 30개 매장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동일한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잔액 환불 불가였다. 조사 대상 모든 매장은 현금 결제를 할 때 잔액을 반환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결제 화면과 포토 기계에 모두 ‘잔액 미반환 안내’ 표시를 한 업체는 단 3개(8개 매장)에 불과했다. 2개 업체(3개 매장)의 경우, 결제 화면과 포토 기계 등 어디에서도 이런 안내를 찾아볼 수 없었다. 7개 업체(21개 매장)에서는 짝수로만 사진 출력이 가능해 3명이 함께 사진을 찍고 4장을 인쇄하기 위해서 3천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결제한 뒤에야 화면에서 촬영 횟수를 안내하는 것 역시 공통된 문제점이었다. 심지어 2개 업체(4개 매장)는 재촬영 가능 여부나 촬영 횟수 등을 실제와 달리 표시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했다. 이 밖에 일부 업체는 소비자 동의 없이 큐알(QR)코드를 이용해 사진과 영상을 받는 서비스를 제공했으며, 표시된 보관 기간 이후에도 사진 파일을 삭제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소비자원은 “조사 대상 사업자에게 잔액을 반환하고 사진 수량을 홀수로 선택할 수 있도록 결제 관련 문제점을 개선할 것과 사진 파일의 보관 기간을 사전에 안내하고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폐기할 것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