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최근 주요 맥주 제품의 평균 출고가를 6.9% 인상한 것에 대해 “원재료 가격 변동과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을 고려했을 때 부적절하다”는 소비자단체의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오비맥주 매출원가율은 2021년 대비 지난해 되레 1.2%포인트 하락했으며, 영업이익률은 3.7%포인트 상승해 가격 인상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오비맥주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 인상과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지난 11일부터 카스, 한맥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했다. 오비맥주의 국산 맥주 제품 가격 인상은 지난해 3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에 따르면 맥주의 원재료인 국내산 맥주맥 가격을 분석한 결과, 2021년 1kg 기준으로 평균 1036.80원에서 2022년 988.22원으로 되레 4.7% 내렸다. 또 다른 원재료인 호프(홉) 가격 역시 한국무역협의회 자료를 분석해보니, 2021년 단가 평균 대비 2022년 단가 평균 가격이 7.0%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특히 올해 8월부터 호프 가격은 전월 대비 50.4%로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호프 가격은 당분간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됐다. 맥주 원재료로 인한 원가 압박은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짚었다.
단체는 또한 오비맥주의 매출원가율을 분석해도 2020년 40.1%, 2021년 42.2%, 2022년 41.0%로 큰 변동이 없고, 오히려 2022년 매출원가율은 전년도에 견줘 1.2%포인트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19.5%에서 2022년 23.2%로 3.7%포인트 증가했다. “원가부담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라는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국내 맥주 시장 매출 상위 3개 업체인 오비맥주·하이트진로·롯데칠성음료의 3개년 간 손익현황을 비교한 결과, 22년 오비맥주의 영업이익률이 하이트진로(7.4%)와 롯데칠성음료(7.7%)의 3배 이상을 기록했다”며 “또한 오비맥주의 매출액은 2021년 대비 2022년 16.0%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38.1% 증가해 호실적을 기록했다”고 짚었다.
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러한 분석결과를 종합하면, 기업 이윤 확대에만 초점을 맞추고 소비자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가격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비맥주의 가격 인상이 외식 물가 상승에까지 영향을 주게 돼 소비자 부담이 심화할 여지가 크다”며 “오비맥주는 가격 인상을 철회해야 하며,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또한 업계 1위의 가격 인상을 명분 삼아 편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오비맥주 쪽은 “오비는 맥주의 원재료인 맥아를 90% 수입에 의존하는데, 단체 쪽은 국내산 보리 가격을 근거로 삼고 있다. 같은 기간 수입산 맥아의 국제시세는 48%가 올랐다”고 반박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