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에도 인기를 끌고 있는 트위드 재킷(왼쪽)과 캐시미어 카디건. 29CM 제공
‘한여름에 트위드 재킷에 캐시미어 니트?’
미국·유럽의 상류층 패션 스타일인 ‘올드머니룩’이 국내에도 상륙했다. 최근 불어닥친 복고 패션의 인기를 타고 엠제트(MZ) 세대를 중심으로 올드머니룩이 인기다. 온라인 쇼핑몰과 홈쇼핑 등의 패션 채널은 앞다퉈 올드머니룩을 전면에 내세우며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13일 온라인 쇼핑몰 ‘29CM’(이십구센티미터)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크’ ‘캐시미어’ ‘트위드’ 등의 소재로 유입된 검색량이 전년 대비 2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소재는 능직으로 짠 천을 뜻하는 ‘트위드’였다. 절대적인 검색량이 많진 않지만, ‘실크’와 ‘캐시미어’ 등도 전년 대비 각각 37%, 60%가량 검색량이 늘었다. 전통적으로 트위드나 캐시미어는 하절기(가을·겨울) 패션 소재다.
‘올드머니’의 본래 사전적 의미는 ‘조상 대대로 전해진 유산’이다. 여기서 파생된 올드머니룩은 과거 서구 상류층이 승마나 요트 등 고급 스포츠를 즐길 때 입었던 패션을 바탕으로 한다. 요란하고 큼지막한 로고가 박힌 옷 대신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고급스러움’을 자랑한다.
다른 쇼핑몰에서도 올드머니룩의 인기는 두드러진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대표적인 최고급 올드머니룩 브랜드 중 하나인 이탈리아 브루넬로 쿠치넬리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5% 이상 늘었다. 니트, 재킷, 팬츠, 스커트 등이 고루 인기를 끌었다. 색상 역시 튀지 않는 화이트, 베이지, 블랙 등이 주를 이뤘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다수 거느린 패션 플랫폼인 더블유(W)컨셉에서도 7월 한 달 동안 올드머니룩 관련 제품이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25%가량 증가했다.
올드머니룩을 구현한 가을 패션. 씨제이온스타일 제공
‘명품’임을 내세우는 부담스러운 로고, 화려한 무늬 등이 아닌 잔잔한 고급스러움이 엠제트 세대의 인기를 끈 것이 올드머니룩이 패션 키워드로 떠오른 주요한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인스타그램에는 ‘올드머니룩’이 포함된 해시태그 게시물이 약 90만개에 달할 정도로 높은 관심도를 보이고 있다.
29CM 관계자는 “베이직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올드머니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여름에도 캐시미어나 트위드 등 겨울철 의류에 주로 쓰이는 고급 소재에 대한 상품 구매가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짚었다.
경기 부진으로 유행에 민감한 패스트 패션보단 오래 입을 수 있는 질 좋은 기본 아이템에 대한 선호 현상이 올드머니룩의 유행을 불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패션 업계 한 관계자는 “흔히 ‘유행템’이라 불리는 스타일은 그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탓에 경제침체 국면에서 오래 두고 입을 수 있는 ‘기본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을에도 ‘올드머니룩’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쇼핑업계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씨제이(CJ)오쇼핑 관계자는 “17일엔 머스트잇 특집 방송으로 버버리 퀼팅 재킷 등을, 16일 오전 쇼플리에서는 차분한 컬러와 코디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지스튜디오 트렌치 원피스 등 올드머니룩 구현이 가능한 패션 아이템을 전면에 배치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