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디에프 명동점에서 고객들이 화려한 색의 나전칠기함과 화각함 등 박물관 소장품에 담긴 고유의 색과 재질을 미디어 아트로 재해석한 영상인 ‘형형색색의 시간, 빛나다'를 관람하고 있다. 신세계 제공
18일 신세계디에프(면세점) 명동점 10층 아이코닉존 미디어파사드에는 조선시대 ‘왕의 꽃’이라고 불렸던 모란꽃이 활짝 피었다. 매장 곳곳에서 펼쳐지는 ‘실감 미디어 아트’다. 신세계가 국립중앙박물관과 손잡고 6편의 미디어 아트 작품을 국내외 관광객 앞에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모란꽃이 피오니’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모란도 2폭장지’ 속 모란의 화려함과 당당함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여기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음악감독을 맡았던 이병우 감독이 입힌 잔잔한 음악이 몰입감을 높인다. “우리 전통문화의 멋과 아름다움을 박물관이 아닌 쇼핑공간에서 체험하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유통업체인 신세계가 최근 백화점·면세점·가구 판매점 등에 예술을 입히고 있다. ‘일상 속 예술’로 소비자들을 안내해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데서 나아가 문화예술 콘텐츠 허브로써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이끌겠다는 목표다.
신세계디에프 명동점 10층 아이코닉존의 미디어파사드에 상영 중인 '모란꽃이 피오니' 영상을 고객들이 즐겁게 관람하고 있다. 신세계 제공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지난 2020년 시작해 올해 5회째를 맞는 ‘블라썸 아트페어’다. 오는 21일까지 신세계백화점 본점과 강남점 아트 스페이스에서 ‘아트 어라운드 유’(‘Art Around You)라는 주제로 진행 중이다. 국내 백화점 최초로 미술 전문 공간을 선보인 신세계백화점은 그간 사진·공예·고미술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상설 전시장을 도심 한복판에서 선보여왔다. 신세계갤러리가 작가와 작품을 엄선해 전시한다. 아트 페어 기간엔 고객 눈높이에서 작품에 대한 해설, 이해, 구매를 돕는 ‘아트 컨설팅’도 진행한다. 백화점의 품격을 높여 소비자를 끌어들임과 동시에 작품 판매를 통한 수익도 얻는 구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멀게만 느껴질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백화점 고객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소개해 접점을 늘리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신세계백화점 제5회 블라썸 아트페어에 전시된 알렉스 카즈 작품. 신세계 제공
리빙&라이프 스타일 기업인 신세계까사도 ‘아트살롱’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세계적인 예술가 리차드 우드와 함께 까사미아 서래마을점 공간을 살롱으로 재탄생 시켰다. 건물 외관과 내부 디자인에 리차드 우즈가 직접 참여했고,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홀리데이 홈’ 아트웍으로 외벽을 꾸몄다. 내부 역시 우즈의 작품으로 연출했다. 4층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디자이너, 아티스트의 혁신적 생각과 창작을 보여주는 라이프 스타일 디자인 플랫폼 ‘아키텍트에디션’도 입점해있다. 쇼핑하며 매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까사 서래마을점 4층 ‘아키텍트에디션’ 전경. 신세계 제공
50년 전통의 신세계백화점 본관 외관 미디어 파사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신세계의 전략 포인트다. 매해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담은 장식으로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서울 시민들의 ‘인생샷 명소’로, 350만개의 엘이디칩을 사용하고 스크린 크기도 1.5배 늘린 지난해에는 관련 영상 조회수가 200만회를 돌파하기도 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할인이나 프로모션 등이 아닌 예술을 통해 고객을 유인해 판매 실적 개선은 물론 문화예술의 공공화에도 기여하겠다는 것이 신세계 ‘아트 마케팅’의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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