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일 오전 서울의 한 편의점에 편의점 내부의 담배 광고가 외부로 보이지 않도록 시트지가 붙어 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측이 지난달 시트지가 강력 사건 발생 시 근무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며 관련법 개정을 촉구하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편의점 외벽 불투명 시트지’ 탓에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으니, 지난 2월 인천 편의점 살인사건 이후 아르바이트생과 점주들은 항상 불안하죠. 그 당시에도 한 시간 가까이 지나 (사건이) 발견됐다던데….”(서울 관악구의 한 편의점주)
최근 국무조정실이 담배광고 규제 합리화를 규제심판제도에 상정하기로 하면서 편의점 외벽 반투명 시트지 부착 문제가 편의점 업계의 화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참에 실효성 없는 제도를 폐지하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 17일 ‘편의점 등 소매점 담배광고 규제 합리화’를 규제심판제도에 상정하기로 결정하고, 오는 21일까지 온라인에서 토론을 진행하는 등 국민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편의점 내부 담배광고가 밖에서 보이는 것을 막겠다며 부착하는 반투명 시트지의 실효성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규제심판 제도는 온·오프라인 창구를 통해 규제개선 과제를 접수·발굴하고 중립적인 ‘규제심판부'가 심의해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청소년 흡연 방지를 위해 담배광고 내용이 외부에서 보이지 않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21년 7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이 법을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국무조정실은 ‘편의점 담배광고 규제’를 규제심판 제도에 상정하기로 하고, 21일까지 온라인 대국민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누리집 갈무리
편의점주를 비롯한 소매점에선 이 법에 따라 유리벽에 반투명 시트지를 부착하는 형태로 담배 광고물이 노출되는 것을 차단해왔지만,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한겨레>에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판매할 때, 건강증진부담금,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등 총 3223원의 세금이 발생하는 등 약 74%가 세금”이라며 “마진율이 현저히 낮은 담배를 판매하며 세수확보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청소년 흡연 문제에 관한 대책을 점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제도가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는 구체적인 연구결과가 없으며, 되레 편의점 근무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지역사회 안전에 기여하는 편의점의 순기능을 저하시킬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편의점은 근무자와 지역사회 안전을 위해 기본적으로 설계 단계부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도록 시야를 확보하는 등의 건축 기법인 ‘셉테드 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며 “전국 5만여개의 편의점은 아동안전지킴이집, 여성안전지킴이집 등 사회적 약자를 지키는 지역사회의 안심 플랫폼 역할도 하고 있는데, 시트지 부착은 이런 순기능을 저하시킨다”고 주장했다.
인천 편의점 살인사건 발생 이후 한 편의점주가 비치한 호신용 망치의 모습. 커뮤니티 갈무리
인천 살인사건에서 보듯 최근 편의점을 둘러싼 안전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편의점 범죄 건수는 2018년 1만3548건, 2019년 1만4355건, 2020년 1만4697건, 2021년엔 1만5489건으로 증가 추세다. 2021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범죄 유형은 절도(6143건)였지만, 상해·폭행 등 폭력범죄도 2071건이나 됐다.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생은 인천 살인사건 이후 계산대에 망치·도끼·스프레이 등
각종 호신용품을 구비하는 등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편의점 업계 한 관계자는 “편의점 살인사건 발생 이후 광주지방경찰청 등에서는 순찰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담배 시트지 제거’를 요청하는 등 협조 공문을 업계에 발송하기도 했다”며 “정부 부처·기관 사이에서도 엇박자를 내는 만큼, 이번 참에 실효성을 철저히 따져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편의점주들은 주변 점주들과 아는 사람들에게 국무조정실의 여론조사에 참여할 것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