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에스25가 지난 15일 출시한 ‘혜자로운 집밥 도시락’은 12일 만에 55만개가 팔려나갔다. 지에스25 제공
‘김혜자 도시락, 백종원 도시락, 39도시락…. 10년 전 편의점 도시락 전쟁이 다시 불붙는다!’
2010년대 ‘가성비’를 앞세워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과 직장 초년생을 사로잡았던 편의점 도시락은 다시 전성시대를 열 수 있을까? 편의점 업계가 고물가 속 먹거리 부담에 시름이 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도시락을 앞다퉈 내놓으며 10년 만에 다시 ‘도시락 전쟁’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27일 지에스(GS)25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편의점이 지난 15일 6년 만에 재출시한 ‘김혜자 도시락’ 첫 번째 상품인 ‘혜자로운 집밥 제육볶음도시락’이 출시 12일 만에 55만개가 팔렸다. 하루 평균 5만개씩 팔려나간 셈이다.
김혜자 도시락은 2010년 출시돼 2017년까지 판매되며 ‘혜자스럽다’(가격 대비 푸짐해서 가성비가 좋다)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편의점 도시락 전성시대를 연 상품이다. 지에스25 관계자는 “김혜자 도시락은 당시 7년 동안 2억6천만개가 팔려나가며 매출액 1조원을 돌파한 상품”이라며 “2016년에는 소주와 맥주에 이어 단일 상품 매출액 전체 3위에 오를 만큼 히트를 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지에스25는 김혜자 도시락을 재출시하며 “런치플레이션에 따른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15일 재출시 당시 첫 발주에서 신상품 도시락 평균 발주 수량의 350%가 몰리며 기대감을 키웠는데, 초반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지에스25는 곧 김혜자 도시락 두번째 제품인 ‘오징어볶음+불고기’도 출시할 예정이다.
씨유(CU)는 요리연구가 백종원과 협업한 ‘백종원 트리플 간편식’으로 가성비를 강조하는 편의점 도시락 전쟁에 뛰어들었다. 씨유 제공
앞서 씨유(CU)는 요리연구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협업한 ‘백종원 트리플 간편식’ 5종을 출시했다. 양을 푸짐하게 하고자 메인 재료를 3가지씩 활용했다는 점을 내세워 ‘트리플’이라는 이름을 내세웠다. 백종원 간편식은 출시 7년 동안 3억5천만개가 팔려나간 상품이다. 이번에 출시한
‘백종원 트리플 간편식’ 역시 16일 재출시 이후 현재까지 열흘만에 약 50만개가 팔렸으며, 30여개 도시락 상품 중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다.
씨유 관계자는 “도시락 가격경쟁력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2020년 충북 진천중앙물류센터에 센트럴키친이라는 조리시설을 만들었고, 여기서 도시락 등을 반조리 상태로 제조해 각 지역 제조 협력사로 보낸다”며 “자동화된 시설로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고, 한꺼번에 대량으로 재료를 구매해 생산단가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응해 이마트24는 ‘39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이마트24는 소시지 야채볶음과 감자채볶음, 미니돈가스 등 이마트24의 인기 도시락에 포함되는 반찬들을 1~2종씩 선별한 6종 반찬으로 구성된 ‘39도시락’을 27일 출시했다. 39도시락과 더불어 정찬을 즐길 수 있는 ‘42도시락’도 내놨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제조공장에서 반찬들을 대량으로 제조한 뒤 39도시락에 활용하는 식으로 단가를 낮췄다”며 “3900원이라는 단가는 도시락 하나에 커피 또는 사발면 하나를 곁들였을 때 5천원대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 끝에 정한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24는 3900원짜리 가격을 강조한 ‘39도시락’을 27일 출시했다. 이마트24 제공
이렇게 편의점 업계가 다시 ‘가성비’로 무장한 도시락을 앞다퉈 선보이는 이유는 물가상승 탓에 소비자들이 저렴한 편의점 간편식으로 몰려들고 있는 까닭이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외식물가 상승률이 7.7%를 기록한 지난해 이마트24의 도시락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28%나 증가했을 정도”라며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부터 이달 23일까지 도시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나 늘었다”고 말했다.
편의점 도시락의 주요 소비층은 1인가구·직장인·학생들로 분석된다. 이마트24 분석 결과, 상권별로 오피스(47%), 학원가(29%), 독신주택가(20%) 순으로 매출이 높았다. 시간대별로는 점심시간인 오전 11시~오후 1시 매출 비중이 22.4%로 가장 높았다.
지에스25 관계자는 “편의점 도시락 중흥기인 2010년대에 각 편의점이 식품연구소를 만들고, 호텔 셰프까지 동원해 연구하고, 최신식 공장 설비에도 투자를 했다”며 “그 때 투자를 바탕으로 물가가 치솟은 지난해부터 재빠르게 가성비 높은 도시락을 내놓을 수 있었다. 10년 만에 또다시 편의점 도시락의 전성기가 도래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