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뉴얼한 신세계백화점 경기점 럭셔리전문관 전경. 신세계백화점 제공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따른 경기 부진과 소비심리 위축에도 백화점들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3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줄었던 야외활동이 되살아나면서 패션·화장품 소비가 늘고, 고환율 덕에 해외직구 대비 백화점 가격 경쟁력이 높았던 점도 호실적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9일 백화점 3사 3분기 실적을 보면, 롯데백화점 이 기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3% 증가한 7689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은 1089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패션부문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여성·남성·스포츠·아동 패션과 잡화를 파는 점포 매출이 16.5% 늘었다. 해외 백화점 매출도 62.9%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임시 휴점이 잦았던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해외 매장이 정상화된 데 따른 결과다.
이 기간 신세계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어난 6096억원, 영업이익은 50.5% 늘어난 1094억원을 기록했다. 명품 매출의 선전과 야외활동 증가에 따른 여성·남성 패션과 골프웨어 등의 판매가 실적을 이끌었다. “영컨템포러리 전문관과 쓱(SSG)닷컴 등에 선보인 차별화된 콘텐츠가 2030세대 유입을 유도했다”는 것이 신세계 쪽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은 560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늘었고, 영업이익은 965억원으로 64.6% 증가했다. 패션·화장품 부문 매출이 두드러졌고, 레저인구 증가에 따라 아웃도어·골프 부문 매출도 20%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경기 부진이 계속되면 매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보복소비 등의 영향으로 경기 부진에도 고가품 소비는 큰 영향을 받지 않았고, 고환율 기조로 직구·면세에 견줘 백화점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오래 이어지면 가계 가처분 소득이 줄어 장기적으로는 백화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보면, 백화점 매출은 지난해 동월 대비 7월 31.6%, 8월 24.8%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9월에는 성장률이 8.5%로 줄었다.
이태원 참사에 따른 대규모 행사·마케팅 활동 중단 등이 크리스마스와 연말까지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크리스마스 외벽 장식 행사를 연기했고, 더현대서울도 6천개의 조명을 이용한 크리스마스 라이트닝 쇼를 중단한 바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났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갑자기 크리스마스·연말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펼치기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며 “오는 17일로 예정된 대학수학능력시험 종료를 기점으로 일상 복귀 움직임이 있을지 지켜봐야 할 듯 싶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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