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13.3% 가격이 오르는 빙그레 꽃게랑. 빙그레 제공
추경호 부총리와 농림축산식품부의 잇단 ‘경고’에도 식품업계 가격 인상 릴레이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빙그레는 다음달 1일부터 ‘꽃게랑’ 등 과자 5종의 가격을 13.3% 인상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인상으로 꽃게랑, 야채타임, 스모키 베이컨칩 등의 편의점 판매가격은 1500원에서 1700원으로 인상된다. 대형마트 등 다른 유통채널 가격도 순차적으로 인상될 전망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밀가루와 팜유 등 원부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부담이 계속 누적됐다”며 “과자의 경우, 2013년 이후 8년여 만에 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농심도 이달 15일부터 6개월 만에 새우깡 등 스낵 브랜드 23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5.7% 재인상했고, 삼양식품도 다음달께부터 사또밥, 짱구, 뽀빠이 등 3개 제품 가격을 15.3% 올릴 예정이다. 해태제과는 지난 5월 이미 허니버터칩, 웨하스 등 과자 제품 8종의 가격을 평균 12.9% 인상한 바 있다.
지난 19일 열린 민생물가점검회의에서 나온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공개 경고’에 이어 27일 열린 농식품부와 식품업계의 ‘물가안정 간담회’에도 불구하고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 도미노는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모양새다. 농식품부는 씨제이(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삼양식품, 동서식품, 롯데칠성음료 등 6개 업체와 함께 한 간담회에서 “최근 전 세계적 유가·곡물가격 안정과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가공식품은 여전히 7~8%대의 높은 상승세를 지속 중”이라며 “식품업계는 대체로 전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하고 있는 만큼, 물가안정을 위한 업계의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밝히며 사실상 가격 인상 자제를 압박한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은 이미 가파르게 오른 밀가루·팜유 등 국제 원부자재 가격의 압박이 누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또 업계 1~2위 업체들이 앞장서 가격을 올린 마당에 뒤늦게 경고에 나선 정부 압박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그 와중에도 가격을 올리겠냐”며 “매출액 상위업체들은 이미 줄줄이 가격을 올렸는데, 눈치만 보던 하위업체들만 뒤늦은 정부 압박의 희생양이 돼야 하는 거냐”고 토로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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