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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MZ세대는 부의 과시를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등록 2022-09-08 22:32

[이코노미인사이트]
[TREND] 블링블링 MZ세대- ① 명품 선호 현상

2020년 11월 스위스 취리히 반호프슈트라세 쇼핑가의 루이뷔통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REUTERS
2020년 11월 스위스 취리히 반호프슈트라세 쇼핑가의 루이뷔통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REUTERS

ⓒ Der Spiegel 2022년 제19호

Generation Bling-Bling

번역 이상익 위원

오랫동안 루이뷔통과 구찌는 부유하고 나이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였다. 이제 이 명품 브랜드들은 십대도 사로잡고 있다. 화려함과 과시에 대한 십대들의 욕망은 놀라울 정도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에 도착하기까지 30분 정도 시간이 남았기에 이제 레오니 하네(33)는 전화할 시간이 생겼다. 연인이자 동업자, 사진가인 알렉스가 운전대를 잡았다. 잠시 뒤 하네는 자동차에 타서 이동하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420만 명이 그의 인스타그램을 팔로하고 있다. 독일 인플루언서 중 가장 많은 수다.

화창한 목요일, 하네는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리는 ‘코첼라 뮤직페스티벌’로 향했다. 하네의 여행비용은 이 뮤직페스티벌에 인플루언서들이 모이는 자리를 마련한 미국 패션업체 리볼브(Revolve)가 냈다. 하네는 야외무대에서 새로운 컬렉션 옷을 입고 촬영할 예정이다.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하고 싶다”고 했다.

하네의 모습은 바로 다음날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었다. 회전관람차 앞에서 체인드레스를 입고 있거나 나비 귀고리를 하고, 화려한 히피 복장을 한 채 비욘세 히트곡에 맞춰 춤추는 하네가 인스타그램에 올라왔다. 얼굴에는 반짝거리는 화장을 했다.

하네는 독일 함부르크와 영국 런던을 오가며 산다. 2014년 독립적으로 패션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까지 오토(Otto)그룹에서 전략컨설턴트로 일했다. 패션 블로그를 시작한 뒤 그는 국제적인 여피(Yuppie·젊은 도시 전문직)의 삶을 팔로어들과 공유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저렴한 브랜드인 자라나 H&M을 입었는데, 최근 그의 고객은 주로 명품 브랜드다.

2022년 3월 말, 하네는 두바이에서 ‘올해의 패션 인플루언서’로 뽑혔고 티파니의 보석을 착용했다. 4월에는 브라질에서 잡지 <하퍼스 바자>의 표지를 찍었는데, 이때는 등이 드러나는 발렌티노의 분홍색 크레이프 드레스를 입고 헬리콥터로 세트장에 도착했다. 5월에는 루이뷔통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샌디에이고로 날아갔고, 이탈리아 풀리아주에선 구찌 행사에도 참여했다. 또한 프랑스 칸영화제에 즈음해 여러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 회사)에서 드레스 협찬을 제안했다.

지금까지는 밀레니얼세대, 즉 25~34살 여성들이 하네의 스타일을 따라 했다. 하지만 하네가 틱톡을 시작한 이후 더 젊은 층도 사로잡기 시작했다. 그는 십대들의 앱인 틱톡에 100만 명의 팬을 보유하고 있다. 10~25살인 Z세대는 값비싼 디자이너 패션을 “진짜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하네는 말한다. “그들 나이대에서 명품 브랜드를 살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십대가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 안다는 사실이 기업에는 중요하다.”

킴 카다시안(왼쪽)과 카녜이 웨스트. REUTERS
킴 카다시안(왼쪽)과 카녜이 웨스트. REUTERS

코로나19 대유행 전보다 상황 좋아

놀랍게도 이 젊은 타깃 그룹은 루이뷔통, 구찌를 좋아한다. ‘프라다를 입으면 세상을 살릴 수 있다’는 모토에도 수긍한다. 밀레니엄 이후에 태어난 사람들이 명품 부문 매출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2025년에는 50%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명품 브랜드들 사이에선 다른 브랜드보다 더 ‘쿨’한 이미지를 만들어 미래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를 위해 기존 명품 브랜드는 이례적으로 인플루언서나 펑키한 브랜드들과 제휴한다. 소셜미디어에서 판매행사를 하거나 환경을 생각한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클로에(Chloé)나 자크뮈스(Jacquemus)는 페트병을 옷으로 만들고, 톰 포드는 100% 해양 플라스틱으로 만든 시계를 출시했다. 시계 제조업체 오메가는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회사를 후원한다. 젊은 고객들은 단지 비싼 제품만 사는 것이 아니다. 명품 산업 자체도 변화시킨다.

명품 산업은 오랜만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직후에는 어려워 보였지만, 어떤 산업 분야보다 긴 위기 상황을 잘 버텨냈다. 2020년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스크린 앞에서 사회생활을 했을 때, 고급 의류나 값비싼 핸드백에 대한 관심이 땅에 떨어진 듯 보였다. 하지만 현재 명품 브랜드는 팬데믹 이전보다 더 나은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 루이뷔통, 디오르, 티파니가 속한 프랑스 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의 주가는 지난 2년간 70% 이상 올랐다. 명품 산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현재의 위기도 잘 극복할 것으로 예상한다.

유럽연합(EU)은 2022년 3월 러시아로 명품 수출을 금지했다. 그 뒤 크렘린(러시아 대통령궁)은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 오데마피게(Audemars Piguet)의 모스크바 지사에서 고급 시계를 압수했다. 러시아 인플루언서들은 샤넬 핸드백을 자르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것이 명품 업계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 듯하다. 부유한 러시아인들은 제한 없이 쇼핑하기 위해 두바이로 날아가고 있다. 유럽에서는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오히려 명품 산업을 활성화할 수도 있다. 고품질 시계와 디자이너 핸드백은 위기 상황 속 안전한 투자 품목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젊은 층이라고 ‘블링블링’(화려한 치장)에 대한 욕구가 작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경영컨설팅업체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와 함께 일하는 유디트 마이어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가 “럭셔리하다”고 말한다. “그들은 비싸고 상징적인 브랜드로 개성을 꾸미는 데 집착한다.”

게다가 돈도 있다. 팬데믹 동안 많은 부유층이 더욱 부자가 됐다. 그중에는 암호화폐로 하룻밤 사이에 백만장자가 된 20~30대도 있다. 또한 오늘날 십대 학생들은 이전 세대보다 사업할 기회가 더 많다. 예를 들어 한정판 운동화를 온라인에서 원래 가격의 몇 배로 다시 파는 것이다. 그렇게 번 돈으로 자기만족을 위해 고급 시계인 롤렉스를 살 수도 있다.

십대들이 더 이상 부를 자랑하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것은, 마르크 게바우어(33) 같은 유튜버나 스타들 덕분이다. 명품 시계 판매업을 하는 게바우어는 항상 포켓스퀘어가 있는 맞춤 양복을 입는다. 그의 고객에는 배우 엘뤼아스 음바레크나 소셜미디어 스타 몬태나블랙이 있다. 마르크 게바우어는 2021년 4천만유로(약 5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인 6PM의 창업자 아흐라프 아이트 보우찰림(26)도 그의 고객이다. 보우찰림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자신의 펜트하우스나 리츠칼턴 같은 고급 호텔에 살며 루프트한자의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다.

유튜버, 힙합스타 그리고 SNS

그리고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한 명은 유튜버 유스틴 푹스(24)다. 그의 자산은 150만유로(약 20억원)로 추정한다. 푹스는 자신이 제작한 티셔츠와 후드티를 팔지만, 자신은 루이뷔통과 디오르의 옷을 입는다. 2021년 영상에서 “나는 꿈꾸던 자동차를 샀다”고 말하면서 새 롤스로이스를 공개했다. “수많은 13살 청소년이 유스틴을 닮고 싶어 한다. 그들 대부분은 짝퉁 프라다 가방을 살 정도의 돈밖에 없으면서 말이다.” 이렇게 말하는 우르스 마이에(19)는 자신과 같은 세대가 놓인 환경에 대해 조언하는 ‘프로젝트Z’ 에이전시에서 일한다. “조금이라도 유스틴처럼 되기 위해서 청소년들은 그가 파는 후드티를 산다. 그들은 유스틴의 생활을 선망하고, 유스틴이 자신들의 돈으로 그렇게 럭셔리한 생활을 누린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

마이에는 자신의 세대를 기후보호라는 틀로만 이해하려는 것은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단지 4분의 1만이 기후보호를 위해 거리시위에 나서봤고 절반 이상은 그런 일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패션에 관해서 이십대는 이전 세대와 다르게 행동한다. 그들은 좋아하는 브랜드를 더 자주 바꾼다. 프라다 가방과 함께 킥(Kik·독일에서 가장 싸게 옷을 살 수 있는 패션 체인점)의 저렴한 청바지를 입는다. 그리고 중고의류나 친환경제품에 대한 선호를 거리낌 없이 내세운다. 그들은 자신이 가진 것을 과시하기 좋아한다. 이것은 패션업계에 중요하다.

화려함과 과시를 사회가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든 최초의 사람들은 래퍼와 힙합 가수였다. 자신의 사회적 위치가 상승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구찌·프라다·루이뷔통의 제품을 착용했고, 노래에서도 이런 브랜드들을 찬양했다. 일부는 명품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미국의 랩 스타 제이지(Jay-Z)는 2014년부터 자체 샴페인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 그는 LVMH그룹에 주식의 절반을 매각했다. LVMH그룹은 이미 (샴페인 회사인) 모에&샹동(Moët & Chandon)과 돔페리뇽(Dom Pérignon)을 소유하고 있다.

크리스티나 그니르케 Kristina Gnirke

알렉산더 퀸 Alexander Kühn <슈피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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