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조아무개(48)씨는 얼마 전 쿠팡이츠로 주문한 고객의 음식을 만들어놨다가 배달 기사가 배정되지 않아 낭패를 봤다. 1시간 넘게 배달이 지체돼 음식은 결국 폐기 처분해야 했고, 고객으로부터는 엄청난 항의를 받았다. 조씨를 더 분노하게 한 것은 쿠팡의 ‘손실보상금’이었다. 폐기한 음식값 2만원에서 중개수수료, 결제수수료, 부가세까지 전부 제한 금액만이 입금됐기 때문이다. 조씨는 “쿠팡이츠가 배달 기사를 배정하지 못해 손해를 본 것인데, 수수료를 떼고 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배달도 안해준 음식값에서 수수료를 떼는 것은 어느 나라 법인지 어이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31일 자영업자들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쿠팡이츠가 배달 기사 배정이 안 돼 폐기한 음식에 대해서도 수수료를 떼는 ‘손실보상 정책’을 실시해 입점 자영업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배달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전제로 맺은 계약을 위반한 것은 쿠팡인데, 도리어 업주들이 그 손해를 감수하는 구조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서울 관악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아무개(65)씨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이씨는 “배달 기사 배정이 안 돼 음식을 폐기한 뒤 쿠팡에 항의하자, 손실보상을 해주겠다고 해 당연히 전액 보상을 해주는 줄 알았는데, 입금된 금액을 보니 음식값 1만7천원에서 결제정산수수료(3.3%·500원), 중개수수료(7.48%·1666원), 배달료(1764원), 부가세(394원) 등을 제하고 1만2666원이 입금됐더라”며 “쿠팡에 항의하니 ‘배달이 완료됐다는 전제하에 점주가 받을 수 있는 돈을 보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더라”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들이 쿠팡이츠의 이런 처사에 분노하는 이유는, 같은 배달 앱인 배달의민족은 배달 기사 미배치로 인한 손실이 발생하면 음식값을 전액 보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민 관계자는 “배달 앱 쪽의 귀책으로 손해를 끼친 만큼 업주에게 조리 요청된 주문 건에 대해서는 음식값 전액을 보상하고 있다. 손실에 대한 보상 개념이기 때문에 주문 취소로 인한 결제정산수수료와 중개수수료 등은 부과하지 않는다”며 “또한 고객에게는 주문을 취소해주고, 대기시간 경과 정도에 따라 쿠폰을 지급하는 등 따로 보상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배달전문 음식점 풍경.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쿠팡이츠 역시 이전에는 배민과 같이 배달 기사 미배치 등 사유로 주문이 취소돼 음식을 폐기할 경우, 음식값 전액을 보상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돌연 정책을 바꿔 “정상적으로 정산되는 금액 기준”으로 보상을 해주고 있다. 또한 “재판매가 가능하거나 재조리가 불필요한 완제품 등은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쿠팡 쪽은 손실보상금을 ‘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바뀐 정책이 최근 들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일상회복에 따라 배달 앱 이용자가 감소하면서 앱 업체들이 ‘기상 할증’ 등을 쳐주지 않자 라이더들 사이에서 ‘똥콜 골라내기’가 성행하고 있어서다. 라이더들이 단가가 낮거나 배달이 어려운 지역의 배달을 거부하면서 배달 기사가 배정되지 않는 경우가 늘면서, 업주들이 쿠팡이츠 ‘손실보상금 지급 기준 변경’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는 쿠팡이츠의 잦은 배차 지연에 관한 불만과 함께 ‘수수료를 뗀 손실보상금’에 대한 불만 글이 잇따르고 있다.
영등포구에서 퓨전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아무개(49)씨는 “배차가 안 돼 음식 배달이 안 되면 단순히 음식 값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우리 식당의 서비스를 불신하며 주문을 안 하게 되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물건에 이상이 생겨 환불할 때도 전액 환불이 원칙인데, 쿠팡의 보상 원칙은 책임을 업주들에게 떠넘기는 것밖에 안 된다. 쿠팡의 자영업자 쥐어짜기가 도를 지나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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