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장마로 채솟값이 급등하면서 직접 키워서 먹는 홈파밍족이 늘고 있다. 클립아트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유아무개(42)씨는 최근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 대파와 상추 등 채소를 심었다. 가뜩이나 밥상물가가 폭등한 와중에 그보다 더 고공행진 중인 채소 가격에 화들짝 놀란 탓이다. 유씨는 “상추 200g 한 봉지에 6천원, 깻잎 50g에 3천원씩이나 하니 차라리 내가 심어 먹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며 “채소를 키우는 게 노동이라기보단 즐거움이기도 해, 앞으로는 더 다양한 채소를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역대급 고물가에 직접 채소를 키워 먹는 ‘홈파밍’(Home farming)족이 늘고 있다. 식자재비 부담을 줄이면서 집에서 ‘식물을 가꾸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관련 아이템 판매도 늘고 있다. 17일 위메프에 따르면, 최근 한 달(7월10~8월9일)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홈파밍과 관련한 상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초보자도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모종과 씨앗류 판매량이 급증했다. 상추와 대파 모종이 각각 98%, 197% 늘었고, 무씨(27%)와 고추씨(67%) 판매량도 늘었다. 미니화분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6%, 식물재배기는 297% 판매량이 늘었고, 부자재인 분갈이 흙(34%)과 원예가위(176%) 등의 판매량도 동반 상승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신선채소 물가는 6월보다 17.3%, 1년 전보다는 2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잦은 비와 폭염 등 고온다습한 기후가 영향을 미쳐 채소의 작황이 부진한 탓이 크다.
못난이 채소, 냉동 채소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재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위메프 통계를 보면, 낙과(43%), 못난이 감자(120%), 못난이 표고버섯(696%) 등의 판매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급상승했고, 냉동으로 오랫동안 보관해 활용할 수 있는 채소믹스(27%)와 혼합야채(88%)도 판매가 늘었다.
위메프 관계자는 “물가 상승에 따른 무소비 챌린지의 영향으로, 홈파밍이 하나의 취미생활로 자리 잡은 듯 싶다”며 “고물가 속 홈파밍 아이템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