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성수점 간편식사류 코너 모습. 이마트 제공
서울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인근에서 일하는 직장인 신아무개(37)씨는 최근 점심시간마다 근처 대형마트 ‘간편식사류 코너’로 간다. 한 끼에 1만원이 훌쩍 넘는 식당보다 마트에서 파는 샌드위치, 김밥, 샐러드, 유부초밥 등이 훨씬 저렴해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할 수 있어서다. 신씨는 “점심뿐 아니라 퇴근 시간이 늦어질 때는 저녁에도 마트에 들러 유통기한이 임박한 마감 세일 상품을 골라 저녁을 해결한다”며 “이렇게 7월 한 달을 생활하고 나서 계산을 해보니, 식비가 전달에 견줘 10만원 이상 절약됐다”고 말했다.
외식물가가 연일 치솟으면서 ‘런치플레이션’을 피해 ‘저렴한 한 끼’를 찾는 사람들이 대형마트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3일 이마트는 지난 1~7월 샌드위치, 샐러드, 김밥 등 4천~5천원대 간편식사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엔 코로나19 탓에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이마트 내 초밥, 안주(구이·튀김) 등 저녁·야식 메뉴의 수요가 컸다면, 올해는 외식물가 상승으로 저렴하고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간편식사류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델리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홈플러스 제공
간편한 점심식사로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던 롯데리아·버거킹·맘스치킨 등 버거 프랜차이즈들이 6개월 만에 가격 재인상에 나서는 등 외식품목의 가격 오름세가 가팔라지면서 대형마트 간편식사류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점심시간대 마트 간편식사를 찾는 사람도 늘었다. 올해 오전 11시~오후 1시 사이 이마트 키친델리 상품을 구입한 고객 수는 지난해에 견줘 20% 늘었으며, 매출도 30% 증가했다. 이마트 간편식 가운데 올해 샌드위치는 30%, 샐러드는 95%나 매출이 뛰었다.
앞서 홈플러스도 6월18일~7월17일 ‘델리코너’(즉석조리식품)의 오전 11시~오후 2시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49%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샌드위치·샐러드 카테고리 매출은 172% 증가했다.
마트 간편식사류 가운데서도 ‘가격 대비 든든한 한 끼’를 경험할 수 있는 상품군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이마트가 지난 4월 내놓은 ‘델리박스’(5980원)는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상품으로, 4개월여 만에 6만개가 팔려나갔다. 1개당 1080원으로 저렴한 삼각김밥 매출은 48% 증가했고, 비빔밥·파스타 등 간편요리는 30%, 김밥·롤은 26% 늘었다. 홈플러스에서도 ‘샌드위치 피크닉박스’ ‘유부초밥 피크닉박스’ ‘치즈 함박스테이크’ ‘민물장어롤’ ‘부먹 레몬 탕수육’ 등 4990원~7900원 사이 제품이 가장 많이 팔렸다.
이슬 이마트 델리팀 바이어는 “올해 식품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라 점심 물가를 상쇄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 대비 품질이 좋고 상품 구색이 다양한 간편식사류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고객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계절감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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