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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펜션 하루 전 취소도 100% 환불…쿠팡의 상술이 께름하다

등록 2022-07-24 10:45수정 2022-07-27 14:03

펜션 6천곳 대상, 쿠팡이 취소 위약금 보전
‘초기 손실-점유율 확보’ 쿠팡식 출혈 전략
‘묻지마 취소’ 숙박 생태계 교란 우려도
쿠팡 “지속적 모니터링, 피해 줄일 것”
쿠팡이 하루 전에 펜션 예약을 취소해도 100% 환불이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쿠팡 제공
쿠팡이 하루 전에 펜션 예약을 취소해도 100% 환불이 가능한 서비스를 선보이기로 했다. 쿠팡 제공
쿠팡이 예약한 펜션 숙소를 하루 전에 취소해도 100% 환불해준다는 서비스를 내놓자 숙박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숙박업계 입장에선 ‘묻지마 환불’이 빈번해지면 운영 자체가 어려워지고, 진짜 숙소를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24일 숙박·여행 플랫폼 업계와 업소 사장들 말을 들어보면, 쿠팡트래블이 최근 시작한 ‘100% 숙소 환불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고객 편의를 위해 위약금 부담 없이 숙소를 취소할 수 있다는 선택지가 자칫 숙박 예약 시장 전체를 교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 19일 “여행에 대한 고객의 가장 큰 불만은 취소, 환불에 관한 것”이라며 “마음 편히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루 전에 취소해도 100% 환불하는 서비스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100% 환불제가 적용되는 업소는 전국의 6천여곳 펜션이다. 전국 펜션 6만여곳 중 약 10%에 이른다.

쿠팡은 우선 100% 환불 과정에서 발생한 펜션 업주들의 위약금 손실액을 전액을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하루 전 취소 시 20%만 고객에게 환불해주고 80% 위약금을 물리는 펜션의 경우 80% 위약금을 쿠팡이 업주에게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다만 쿠팡은 업주들에게 기존 10% 안팎의 중개 수수료를 2% 인상하는 안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숙박업소에 비해 펜션 취소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해 수수료 인상분으로 취소 위약금을 보전하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쿠팡트래블에서 ‘하루 전 100% 환불제’가 적용되는 펜션 숙소들. 쿠팡 누리집 갈무리
쿠팡트래블에서 ‘하루 전 100% 환불제’가 적용되는 펜션 숙소들. 쿠팡 누리집 갈무리
이를 두고 업계에선 초기 손실을 감수하고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쿠팡식 출혈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수천억원의 적자를 감수하고 익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린 뒤 유료멤버십 비용과 상품 가격 등을 인상해 수익을 개선하려는 기존 전략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일정 수준의 시장 지배력이 생길 때까지 취소 위약금을 보전한 뒤 업주나 고객에게 위약금 부담을 지울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0% 환불제 적용 대상이 개인 사업자 중심의 펜션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숙박 플랫폼 관계자는 “주로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펜션의 특성상 플랫폼의 영향력이 향상될수록 더 빠르게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평균 객단가도 10만원대 후반으로 모텔 같은 숙소보다 두배 이상 높아서 시장 지배력만 생기면 플랫폼 사업자가 가격 조정으로 수익을 볼 수 있는 여지가 큰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지난 2017년 펜션 예약 플랫폼 ‘떠나요’를 인수한 뒤 한해 45억원이던 매출을 2020년 기준 194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펜션 사장들은 쿠팡의 환불정책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경기도 가평에서 펜션을 운영하며 100% 환불제에 참여한 펜션 업주는 “‘묻지마 취소’에 대한 우려는 크지만 코로나19로 문을 닫기 직전인데 쿠팡의 정책에 반대할 수 있겠냐”며 “쿠팡이 위약금 전액을 언제까지 어떻게 보장해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전날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진짜 숙소를 이용하려는 고객이 숙박을 못 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은 “타사와 달리 환불 보장 피해가 업체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서비스를 설계했다”며 “숙소를 이용하려는 선의의 소비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비정상적인 예약에 대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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