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용 물티슈에서 과거 90명의 사망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와 동일한 성분이 검출돼 문제가 된 가운데, 엘지(LG)생활건강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판매중지·회수 명령을 소비자에게 곧바로 알리지 않고 뭉갠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원인을 명백히 밝히고, 늑장·꼼수 고지에 대해 소비자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소비자시민단체인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21일 보도자료를 내어 “문제가 된 제품은 ‘100% 식물첨가물 성분’ ‘7단계 검사를 통과한 프리미엄 제품’이라며 판매됐는데, 보건환경연구원의 무작위 수거검사 과정에서 우연히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발견됐다”며 “식약처의 회수·폐기 명령 이후에도 엘지생건이 보인 늑장·꼼수는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기에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뒤늦은 엘지생건 누리집 공지문. 이마저도 ‘밀어내기’ 꼼수로 소비자 눈에 띄지 않도록 해 비난을 샀다. 누리집 갈무리
앞서 식약처는 지난 4일 엘지생건 유아용 물티슈 ‘베비언스 온리7 에센셜55(핑크퐁 캡 70매 물티슈)’에서 살균 보존제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과 메칠이소치아졸리논(MIT) 혼합물이 검출됐다며 회수 명령을 내렸다. 이 두 성분은 과거 90여명의 사상자를 냈던 ‘가습기 살균제’의 원료로 쓰였던 성분이다. 해당 제품은 지난해 11월 주문자 상표에 의한 제품 생산(OEM) 방식으로 한울생약을 통해 생산됐고, 대형마트와 이커머스 업체를 통해 약 8개월간 판매됐다.
관련 법에 따르면, 엘지생건은 해당 내용을 즉각 회사 누리집과 전국 단위 일간신문을 통해 알려야 했지만, 누리집엔 이틀 후, 신문엔 나흘 후에야 판매중지 명령을 받은 사실을 알렸다. 또한 물티슈 판매중지 알림 글을 누리집에 공개한 뒤, 3년 전 만든 화장품 관련 공익광고 등 게시물 5개를 무더기로 올려 첫 화면에서 해당 제품의 회수 알림 글이 눈에 띄지 않게 만들어 ‘소비자를 상대로 꼼수를 폈다’는 비난을 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해당 물티슈는 주 이용층이 영유아와 아동을 둔 소비자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엘지생건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원인을 명백히 밝히고 제조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보완을 해 재발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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