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부터 전기요금이 인상되자 요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노하우가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고 있다. 빨래를 한꺼번에 모아 세탁기를 돌리는 방법도 그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 출처 : 언스플래시
서울 동대문구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주부 조아무개(42)씨는 지난 1일부터 전기요금이 인상된다는 소식에 전기요금을 절약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아 남편의 사업이 부진해지면서 ‘한 달 생활비 100만원 프로젝트’에 돌입한 터였다. 조씨는 “일단 냉장고 청소부터 했는데, 냉장실은 비울수록, 냉동실은 채울수록 전기요금이 적게 나온다는 팁을 들은 적이 있다”며 “냉장실에 먹다 남은 음식은 최대한 빨리 소진하고, 오래 보관해야 할 떡이나 생선 등은 냉동실로 옮겨 얼렸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는 “전기효율이 높다고 해서 최근 엘이디(LED)로 교체한 거실등은 4개 중 1~2개만 켜고 전기제품 꼽는 멀티탭은 절전형으로 모두 교체했다”며 “여름이라 누진제가 적용되면 전기요금이 폭등할 것 같아 벌써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달 1일부터 전기요금이 킬로와트시㎾h)당 5원씩 인상돼 4인 가족 기준(월평균 사용량 307㎾h) 월 1535원가량을 추가 부담해야 하자 요금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서민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맘 카페 등을 중심으로 ‘전기요금 절약 노하우’와 함께 공공요금을 아낄 수 있는 신용카드에 관한 정보를 정리해 공유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주부 송아무개(37)씨는 18개월 된 아이가 있어 이른 더위가 시작된 지난 5월부터 에어컨을 풀가동 중이다. 송씨는 “맘 카페에서 회원이 올린 글을 보니 에어컨은 처음 켤 때 소비전력이 높아서 처음엔 18도나 20도로 세게 틀어 집안 온도를 낮춘 뒤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해서 그 방법을 따르고 있다”며 “또 아기 세탁기에 그때그때 자주 빨래를 했는데, 세탁기도 소비전력이 장난이 아니라고들 해서 모아서 한꺼번에 세탁기를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1인 가구로 사는 윤아무개(43)씨는 밥을 한꺼번에 많이 해서 밥솥에 보관하던 습관을 고쳐서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해 먹는 편을 택하고 있다. 윤씨는 “지금까지는 귀차니즘 때문에 밥을 한 솥 가득 해놓고 전기밥솥의 ‘보온기능’을 줄창 사용하며 며칠 동안 먹었는데, 밥솥이 전기요금 흡혈귀라는 걸 알고 필요할 때마다 한 끼씩 밥을 해먹고 있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가도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물가를 생각하면 전기요금이라도 악착같이 아껴야겠단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7월1일부터 공공요금인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인상됐다. 사진은 지난 30일 서울 시내 한 건물의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아예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시원한 곳’으로 ‘피신’을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학생 신미소(23)씨는 기말고사가 끝난 7월이지만 매일 학교 도서관에 출근도장을 찍고 있다. 신씨는 “자격증 시험과 토익 시험 준비를 하려는 것도 있지만, 집에 앉아 있으면 땀이 줄줄 흐르니 해가 떠 있을 땐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게 생활비를 아끼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카페 자영업자들은 골치를 앓고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한겨레>에 “책이나 노트북을 펴 놓고 커피 한 잔 시킨 뒤 종일 죽치고 앉아 에어컨을 쐬다 가는 카공족들이 늘어 속이 터진다”며 “자영업자 커뮤니티를 보면, 카페에 머무는 시간을 3시간 이하로 제한하는 사장님들도 많다. 우리도 땅 파서 장사를 하는 게 아닌데, 전기요금 부담은 자영업자가 더 크다”고 하소연했다.
맘 카페나 신용카드 사용자 카페에는 ‘공공요금을 할인해주는 신용카드’에 관한 정보도 넘쳐난다. “신한카드 ‘미스터라이프’ 카드가 공과금 10% 할인 혜택이 있다” “케이비(KB)국민카드의 ‘탄탄대로 올쇼핑 카드’가 도시가스요금은 물론 아파트 관리비를 10% 할인해준다”는 등의 글이 심심치 않게 공유된다. 직장인 김소라(32)씨는 “어차피 쓰는 카드라서 공공요금 할인 혜택이 있는 카드로 갈아탈 생각”이라며 “주거래은행인 하나은행에서 발급하는 하나카드 중에 전기요금·도시가스요금 등을 10% 할인해주고 버스와 철도 등 대중교통 할인도 되는 카드가 있다고 해서 신청을 해 둔 상황”이라고 말했다.
7월1일부터 4인 가구 기준 한 달 평균 1535원씩 전기요금이 오르면서 8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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