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사는 20대 여성 김아무개씨는 안면 지방흡입술을 예약하고 수술비 154만원의 일부인 22만원을 예약금으로 납부했다. 김씨는 수술 전 마음이 바뀌어 계약 해지 및 환불을 요구했으나 병원 쪽은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김씨는 “수술을 하기 전임에도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20대 유아무개씨 역시 피부과에서 여드름 치료 상담 뒤 패키지 피부 시술을 12회 받기로 하고 176만원을 냈다. 총 5회 시술을 받은 상태에서 치료가 미흡하다고 판단한 유씨가 남은 비용에 대해 환불을 요청했으나 병원 쪽은 “1회씩 시술하면 정가는 33만원이기 때문에 잔여 시술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환불을 거부했다.
최근 미용시술이나 성형수술 등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면서, 모바일 앱이나 유튜브 등에서 할인 광고를 보고 계약을 체결했다가 ‘계약 해지’와 관련한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19년부터 2022년 3월까지 접수된 미용·성형 관련 피해구제 신청 570건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 피해가 매년 증가하고, 계약 해제·해지 관련 분쟁이 58.1%(331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2019년 144건이던 성형·미용 관련 소비자 피해 접수 건수는 2020년 165건, 2021년 198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엔 3월까지 집계 건수가 이미 63건에 달했다. 총 570건의 접수 건수 가운데, 계약 해제·해지와 관련된 건이 331건으로 58.1%를 차지했는데, 이 가운데 단순변심 등 개인 사정으로 인한 건수가 247건으로 74.6%를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부작용 의심으로 인한 계약 해지를 요구한 건이 11.6%(38건), 효과 미흡 등 불만족으로 인한 건이 5.7%(19건), 계약 내용 불만에 관한 건이 4.8%(16건) 순이었다.
피해 금액을 살펴보면, 50만원 이하가 152건으로 45.9%를 차지했고, 100만원 이하 18.7%(62건), 200만원 이하 9.7%(32건), 300만원 이하 7.9%(26건), 500만원 이하 4.2%(14건), 500만원 초과 1.8%(6건) 순이었다. 소비자원 쪽은 “피해 발생 금액은 의료기관에 예약금 명목으로 만원을 납부한 경우부터 전체 시술비를 납부한 1500만원 사건까지 다양했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30.8%(102건), 30대 38.1%(126건)로, 2030 연령대에서 발생한 소비자 피해가 68.9%로 압도적이었고, 성별은 여성이 80.1%(265건), 남성이 19.9%(66건)였다.
진료 행위별 계약 해제·해지 소비자 피해를 분석한 결과. 피부과에서는 레이저 시술 관련이 26.9%(89건)로 가장 많았고, 제모 시술이 8.8%(29건)를 차지했다. 성형외과는 눈 16.3%(54건), 코 9.7%(32건), 안면윤곽 4.5%(15건) 순이었다. 소비자 피해 접수 사건 중 64.7%(214건)는 환급 또는 배상 등으로 원만하게 해결됐지만,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한 경우도 23.3%(77건)에 달했다.
한국소비자원 서울지원 의료팀 관계자는 “단순 변심으로 계약을 해제·해지할 경우, 소비자에게 위약금 부담 등 책임이 발생한다”며 “또한 계약 이행을 전제로 제공된 서비스 시술 또는 제품 등의 비용은 별도로 공제돼 실제 환급이 적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소비자들은 이벤트 적용이나 가격할인 등의 광고에 현혹돼 충동적으로 계약하지 않도록 유의하고, 계약 해지 조건에 대한 약관이나 동의서 등을 주의 깊게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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