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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한겨레>가 저신용자들이 주로 모이는 네이버 카페들을 둘러본 결과, 카페마다 쿠팡 ‘나중결제’에 관련한 글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오고 있었다. 쿠팡 ‘나중결제’를 할인된 가격에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글이 줄을 잇고 있지만, 제재는 전혀 없었다. 쿠팡 나중결제를 이용한 ‘현금깡’이 만연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쿠팡 ‘나중결제’ 한도가 200만원으로 상향됐다는 인증글. 네이버 카페 갈무리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토스, 엔에이치(NHN)엔페이코 등이 ‘후불결제’(BNPL·Buy Now Pay Later) 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가운데 비슷한 형태의 후불결제인 쿠팡의 ‘나중결제’는 그 한도가 200만원에 이르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후불결제는 상품을 우선 구매한 뒤, 일정 기간 후에 대금을 갚는 결제 시스템이다. 심사가 까다로운 신용카드와 달리 후불결제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최소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대학생·사회초년생·주부·저신용자 등을 겨냥한 대안 신용결제서비스인 셈이다.
관련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다른 업체의 후불결제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한도·연체율·할부 등에 관해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 2020년 8월부터 ‘나중결제’를 시행하고 있는 쿠팡의 경우, 직매입한 물건에 한해 ‘외상’ 개념으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별도의 신용공여가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와 토스는 한도가 월 30만원이며, 카카오는 올 1월부터 15만원 한도로 ‘후불형 모바일 교통카드’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반면, 쿠팡은 한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쿠팡은 처음엔 ‘나중결제’ 한도를 월 50만원으로 한정했으나, 이후 130만원까지 확대했고 <한겨레> 확인 결과 최근에는 200만원까지 늘렸다. 네이버 카페 등에는 “쿠팡 나중결제 한도가 200만원”이라는 인증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네이버·토스 등과 비교하면 약 7배 수준이다. 네이버·토스 후불결제의 경우, 할부가 불가능한 것과 달리 쿠팡 ‘나중결제’는 할부도 최대 11개월까지 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깡’으로 불리는 불법 현금 융통을 제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나중결제’를 이용한 ‘깡’은 판매자인 ㄱ씨가 나중결제를 통해 40만원짜리 상품을 구매자인 ㄴ씨에게 배송한 뒤, 80% 할인된 현금 32만원을 입금받는 식으로 거래된다. 카드깡 등은 여신금용전문법(여전법) 70조에 의거해 금융당국이 처벌하지만, 나중결제는 처벌할 규정이 없다. 금융당국 쪽은 “자신들이 직매입한 상품만을 대상으로 ‘외상’을 주는 형태인데, 당국이 남의 가게 ‘외상’까지 규제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나중결제는 카드업과 비교하자면 인 하우스 카드인 ‘백화점 카드’와 비슷한데, 백화점 카드는 다른 카드와 똑같이 여전법의 규제를 받는다”며 “금융당국의 논리라면, 백화점 카드 역시 자사 입점 물품에 한해서만 ‘외상’을 주니 규제를 안 받아도 된다는 말이냐”고 비판했다.
쿠팡 ‘나중결제’는 연체할 경우, 연 12%의 연체수수료가 발생한다.
저신용자나 학생·주부·사회초년생 등 금융거래 실적이 부족한 이른바 ‘신파일러’(Thin Filer)가 주로 사용하는 데다 한도가 200만원에 달해 연체 리스크 관리가 어렵고 과소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출시 1년째인 네이버페이의 후불결제 서비스의 연체율은 1.26%로, 신용카드 연체율 0.54%의 두 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한 번도 연체율이 공개된 적이 없는 쿠팡의 ‘나중결제’는 이보다 연체율이 더 높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나중결제는 연체 시 일 0.03%(연 12%)의 연체수수료가 발생한다.
녹색소비자연대 윤영미 공동대표는 “쿠팡 나중결제는 액수가 크고 할부까지 가능해 충동구매와 과소비를 부추겨 신용불량을 양산할 우려가 있다”며 “나중결제를 이용한 ‘깡’이 난무하는 상황은 대기업이 불법 사금융을 조장하는 행태로 보여 매우 우려스럽다. 당국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쿠팡 쪽은 “나중결제는 현재 베타 서비스 중이라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고 전해왔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