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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김추자, 20년 전 SES…이름은 달라도 ‘세기말 패션’ 돌아왔다

등록 2022-05-05 13:57수정 2022-05-06 15:45

최근 2~3년 열풍 분 Y2K 패션 올해도 지속
똥꼬바지→로우라이즈·배꼽티→크롭탑
미우미우 22년 SS컬렉션 국내서도 큰 인기
국내 패션계도 봄·여름 관련 상품 잇단 출시
1970년대 최고 인기를 끌었던 가수 김추자가 입은 통 넓은 청바지는 1990년대 말 다시 큰 인기를 끌었고, 또다시 20년의 세월을 건너 2022년을 휩쓸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1970년대 최고 인기를 끌었던 가수 김추자가 입은 통 넓은 청바지는 1990년대 말 다시 큰 인기를 끌었고, 또다시 20년의 세월을 건너 2022년을 휩쓸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그거 김추자가 입었던 나팔바지 아니냐? 추운데 배꼽은 좀 가리고 다니지 그러니!”

10대 딸을 둔 서인정(43)씨는 요즘 들어 20대 때 엄마가 했던 잔소리를 비슷하게 딸에게 하고 있다. 들먹이는 대상이 ‘김추자’가 아니라 ‘SES 유진’이나 ‘핑클 이효리’로 달라졌을 뿐이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요즘 따라 실감난다는 서씨는 “1990년대 말 내가 입고 다녔던 배꼽티, 카고바지, 일명 똥꼬바지 똥꼬치마로 불리던 속옷 라벨이 보이는 하의를 좋다고 입고 나서는 딸을 볼 때마다 ‘친정의 내방 옷장 구석에서 찾아 꺼내입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1997년 데뷔한 이후 세기말을 휩쓴 여성 아이돌 SES. 이들 멤버가 입은 배꼽티와 카고팬츠, 블링블링한 액세서리가 20년의 세월을 넘어 2022년에 또다시 인기다. 한겨레 자료사진
1997년 데뷔한 이후 세기말을 휩쓴 여성 아이돌 SES. 이들 멤버가 입은 배꼽티와 카고팬츠, 블링블링한 액세서리가 20년의 세월을 넘어 2022년에 또다시 인기다. 한겨레 자료사진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진 ‘세기말 패션’ 혹은 ‘와이투케이(Y2K) 패션’의 부산물이 올 봄·여름에도 위력을 떨치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미우미우가 올해 컬렉션으로 배꼽 위까지 훤히 보이는 짧은 상의와 팬티만 간신히 가리는 초미니스커트를 선보이면서 한국까지 그 유행이 순식간에 번졌다. 아이브의 장원영도, 블랙핑크의 제니도 에스엔에스를 통해 ‘미우미우 스타일’을 선보였다. 20년 전 사진을 보고 촌스럽다고 창피해할 필요가 없다. ‘배꼽티’가 ‘크롭탑’으로, ‘똥꼬바지’가 ‘로우라이즈 팬츠’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다.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의류 플랫폼 지그재그의 검색 데이터를 보면, 올 1~2월 기준 작년 동기 대비 ‘와이투케이’ 검색량은 6043% 늘었고, 이 키워드가 포함된 상품 거래액은 17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세기말 패션 열풍을 타고 리(Lee)·탑걸·에스프리·스톰 등 1990년대 말 큰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들이 리론칭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우미우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2022년 SS컬렉션. 미우미우 스커트로 화제를 모으며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미우미우
미우미우가 지난해 10월 선보인 2022년 SS컬렉션. 미우미우 스커트로 화제를 모으며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 미우미우

국내 패션·유통업계도 세기말 패션을 응용한 상품과 기획으로 엠제트 세대를 겨냥한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구호플러스는 이번 봄·여름 시즌을 겨냥해 1990년대 후반 스타일을 참조한 ‘믹스 앤드 매치 룩’ 컬렉션을 선보였다. 가죽 재킷, 청 재킷, 미니스커트 등 1990년대 패션을 재해석해 다시 내놓은 것이다. 에잇세컨즈 역시 짧은 기장의 반팔 카디건과 통 넓은 데님 팬츠, 크롭 반팔 카디건과 데님 반바지를 조합한 스타일링을 내놨다. 코오롱에프엔시(FnC)도 럭키슈에뜨에서 크롭 기장감의 ‘아가일 패턴 니트’ 등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출시했다.

신세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더블유(W)컨셉은 오는 31일까지 여는 기획전 ‘마법옷장’의 첫 키워드로 ‘젠지(GEN Z)’ 패션을 내세웠다. 젠지 패션은 세기 말 트렌드를 제트(Z)세대가 재해석한 패션을 의미한다. 더블유컨셉 관계자는 “젠지 패션의 특징은 ‘당당한 자아 표현'을 바탕으로 과감하고 개성이 강한 스타일을 강조한다는 점”이라며 “2000년대 하이틴 감성의 핑크색 패션 아이템, 니트 짜임 형태의 크로셰 디자인의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아재 패션’ 아니냐는 말을 듣던 폴로는 현재 2030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끄는 ‘힙’한 브랜드가 됐다. 롯데백화점은 이 달 폴로 랄프로렌 팝업스토어 행사를 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아재 패션’ 아니냐는 말을 듣던 폴로는 현재 2030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끄는 ‘힙’한 브랜드가 됐다. 롯데백화점은 이 달 폴로 랄프로렌 팝업스토어 행사를 열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은 엠제트(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폴로’와 ‘랄프로렌’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폴로는 레트로 트렌드와 세기말 패션 흐름을 타고 ‘아재 패션’이 아닌 ‘힙한 패션’으로 이미지가 바뀌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1년 롯데백화점 폴로 매장 매출의 절반이 30대 이하 고객에게 나왔다”며 “인스타그램에 ‘폴로랄프로렌’ 키워드를 검색하면 30~40만개의 게시글이 뜬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기를 타고 롯데백화점은 이달 8일까지는 서울 잠실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지하 1층에서, 10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는 명동 본점 지하 1층 광장에서 폴로 팝업 행사를 진행한다. 이번 팝업 행사에는 엠앤엠(M&M) 캔디의 알록달록한 색감을 응용한 33가지 컬러 ‘캔디 메쉬’ 라인 전 제품을 단독으로 선보인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수년 동안 몸에 꽉 끼는 스키니진이 인기였는데, 최근 2년 사이 통 넓은 청바지나 청청패션, 짧은 크롭 상의 등 90년대 말~2000년대 초를 수놓았던 패션이 주류가 됐다”며 “레트로 열풍을 타고 등장한 세기말 패션의 여진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이를 점차로 과감하게 재해석한 스타일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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