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이용객이 직접 준비해온 장바구니에 구매한 물품을 넣고 있다. 연합뉴스
“이제 모두가 적응했는데, 굳이 없앴던 것을 부활시킬 필요가 있나요?”
대형마트 자율포장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노끈과 테이프 등이 다시 비치될 것이라는 소식에 주부 송아무개(42)씨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소비자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정작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겠다는 의견이다. 송씨는 “플라스틱 사용을 조금이라도 줄여 환경오염을 막자는 취지에 공감해 국민들도 장바구니와 손수레 등을 이용하는 데 익숙해진 마당에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다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환경부와 대형마트의 자율협약에 따라 퇴출됐던 테이프와 노끈을 다시 비치하기로 한 것을 두고 관련 업계와 소비자들 사이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 4사는 2019년 ‘종이상자 자율포장 금지’를 위한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2020년 1월부터 자율포장대에 비치했던 테이프와 노끈을 없앤 바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시행 초기엔 불편을 호소하는 분들이 일부 있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이미 대부분의 소비자가 장바구니를 챙겨오거나 종량제 봉투에 담아가는 등의 새 문화가 정착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굳이 노끈과 테이프를 비치한다고 해서 소비자의 편의성이 높아질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9일 퇴임을 앞둔 한정애 환경부 장관 역시 3일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으로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환경단체의 입김이 작용해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도입됐다”는 인수위 관계자 등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문재인 정부 정책 뒤집기에 골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시민 김종민(32)씨는 “앞선 정부의 정책을 무조건 뒤집고 보자는 것으로 느껴진다”며 “환경오염을 줄이자는 애초 취지가 잘못된 것도 아닌데, 구태여 오락가락 정책을 바꿀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종이테이프 등 친환경 소재가 개발돼 문제가 없다는 인수위 쪽 주장에 대해서도, 김씨는 “어차피 한 번 쓰고 버리는 건데, 불필요한 자원 낭비 아니냐”고 반문했다.
마트 테이프·노끈 비치가 시급한 민생 문제로 다뤄야 할 사안이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수도권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진아무개(52)씨는 “마트 입장에선 비치하면 그만이다. 박스 하단을 튼튼하게 붙이면 밑빠짐이 없어 물건을 더 사가는 소비자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물가 상승, 부동산 가격 안정, 코로나19 피해 보상 문제 등 시급한 현안을 놔두고 정부 출범 전부터 이런 소소한 데에 신경을 쓰는 게 갑갑하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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