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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얼음값인가 이름값인가…호텔 자존심, ‘이것’에 달렸다

등록 2022-04-28 11:46수정 2022-04-28 14:19

서울신라 올해 애플망고빙수 30% 오른 8만3천원
더위 시작 전 5월 속속 메뉴 공개…가격 오름세
작년 조선팰리스 샤인머스캣 9만8천원에도 ‘불티’
“빙수도 자존심 대결…보복소비 경향에 판매량↑”
서울신라호텔은 올해 애플망고빙수 가격을 지난해보다 30% 오른 8만3천원으로 결정했다. 서울신라호텔 제공
서울신라호텔은 올해 애플망고빙수 가격을 지난해보다 30% 오른 8만3천원으로 결정했다. 서울신라호텔 제공

“그놈의 빙수가 뭐라고…”

경기도 김포시에 사는 이진형(가명·44)씨는 최근 ‘빙수 한 그릇’ 때문에 부부싸움을 했다. 아내가 “다음 달에 꼭 서울신라호텔에 ‘애플망고빙수’를 먹으러 가자”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빙수를 먹으러 굳이 호텔까지 가야 하나 싶었던 이씨는 무심코 “호텔 빙수는 값이 얼마나 하느냐”고 물었다가 말 그대로 ‘기절초풍’을 했다. “뭐? 8...8...8만...얼마라고?” 그는 “아무리 고급 호텔이라도 빙수가 8만원이 넘는 게 말이 되냐고 소리를 질렀다가 졸지에 아내 빙수 한 그릇 사주는 돈마저 아까워하는 좀스러운 남자가 됐다”며 “아무리 물가가 올랐다고는 하지만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조선팰리스 서울강남 1914라운지바에서 9만8천원에 판매된 ‘샤인머스캣 빙수’. 조선팰리스 서울강남 제공
지난해 조선팰리스 서울강남 1914라운지바에서 9만8천원에 판매된 ‘샤인머스캣 빙수’. 조선팰리스 서울강남 제공

여름 디저트 대명사인 ‘빙수’. 갈아놓은 얼음에 미숫가루를 올리고 그 위에 팥과 인절미를 올리는 전통적인 팥빙수를 넘어 오색빛깔 계절과일에 친환경 재료를 얹은 다양한 빙수는 이제 ‘맛있고 고급진 여름철 별미’가 됐다. 특히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직전인 5월 각 호텔이 앞다퉈 내놓는 빙수 메뉴는 해당 호텔의 분위기와 특징을 보여주는 일종의 ‘자존심’이 된 지 오래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고 일상회복 분위기가 한창인 올해는 더욱 그렇다.

서울신라호텔은 29일부터 라운지&바 더 라이브러리에서 판매하는 ‘애플망고빙수’의 가격을 8만3천원으로 결정했다. 지난해 판매 가격(6만4천원)에 견줘 30%나 뛴 가격이다. 호텔 쪽은 빙수 한 그릇에 제주산 애플망고가 1.5~2개씩 들어가는데, 애플망고 가격이 올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제주산 애플망고빙수는 원가가 판매가의 70%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판매하는 빙수. 가격은 지난해와 동일. 파크 하얏트 서울 제공
파크 하얏트 서울에서 판매하는 빙수. 가격은 지난해와 동일. 파크 하얏트 서울 제공

실제로 제주에서 재배한 애플망고를 판매하는 한 인터넷 스토어 관계자는 <한겨레>에 “열대과일이다 보니 한겨울에도 하우스 온도를 23~24도 이상 유지해야 하기에 난방비 등 재배비가 다른 과일에 견줘 훨씬 높다”며 “자꾸 수입 망고랑 비교하는데, 맛과 당도에서 제주산이 월등하다”고 말했다.

비싸다고는 하지만 ‘없어서 못 팔 것’이라는 게 업계는 물론 관련 커뮤니티 여론의 대세다. 이는 지난해 국내 빙수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조선팰리스 서울강남 1914라운지바의 ‘샤인머스캣 빙수’가 이미 증명한 바 있다. 네 송이는 착즙해 얼음을 얼리고, 한 송이는 빙수 위에 장식해 “샤인머스캣 다섯 송이가 재료로 쓰인다”는 이 빙수는 9만8천원의 비싼 값에도 하루 한정 판매 수량인 20개가 매일 완판됐다. 올해도 조선팰리스 서울강남이 이 빙수를 내놓을지, 가격은 얼마일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올해 새롭게 선보인 자몽 빙수와 모히또 빙수. 지난해보다 3천원이 올랐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제공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올해 새롭게 선보인 자몽 빙수와 모히또 빙수. 지난해보다 3천원이 올랐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 제공

서울신라호텔이나 조선팰리스 서울강남 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호텔의 올해 빙수 가격도 이미 4만5천원~7만원 선에서 형성됐다. 파크 하얏트 서울은 24층 더 라운지에서 다음 달 1일부터 ‘2022 빙수 셀렉션’을 선보이는데, 월악산 직송 벌집 꿀에 은은한 금박을 입혔다는 허니 골드 빙수는 5만4천원, 두 가지 빙수를 골라 즐길 수 있는 빙수 콤비네이션은 7만3천원으로 가격은 지난해와 같다. 밀레니엄 힐튼 서울도 실란트로 델리에서 빙수 4종을 판매한다.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자몽 빙수를 비롯해 모히또 빙수, 망고 빙수 등은 지난해(4만2천원)보다 3천원이 오른 4만5천원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그래비티 판교는 라운지앤바 제로비티에서 스프링 시즌 한정(5월31일까지) ‘코코넛 빙수’를 4만1천원에 판매 중이다.

호텔업계 한 관계자는 “재료값 상승에 따라 해마다 빙수 가격이 오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아무래도 비쌀수록 관심이 집중되고 호텔 이름값도 높아지는 부분이 있다”며 “올해에도 5월부터 본격적으로 빙수 메뉴가 쏟아질 텐데 보복소비 경향을 타고 판매량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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