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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관람 매너가 사람보다 좋네…‘반려견 동반 극장’ 가보니

등록 2022-04-25 10:59수정 2022-04-26 02:25

[메가박스 수원 영통점 ‘퍼피 시네마’]

1500만 펫팸족 겨냥한 마케팅의 최첨단
멍스킨라빈스·멍미노피자 등 매점도

‘컹’ 소리조차 거의 없는 조용한 관람
헤드셋 연결 오류·잡음 등 문제 지적

“반려견 혼자 두는 스트레스 없어…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에 가격 합리적”
지난 24일 오전 메가박스 영통점 반려견 동반 상영관 ‘퍼피시네마’를 찾은 관객 모습.
지난 24일 오전 메가박스 영통점 반려견 동반 상영관 ‘퍼피시네마’를 찾은 관객 모습.
“먼저 반려견한테 스마트 기저귀를 채울 거예요. 배변이나 배뇨를 하면 대기 중인 핸들러한테 알람이 전달돼 기저귀를 교체해 드려요. 반려견 간의 물림 등 사고 발생 시에 보상을 받을 수 있는 1일 미니보험에도 가입하셔야 하는데….”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메가박스 영통점. 6층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통의 상영관과는 달리 유리로 된 안전펜스가 눈에 띄었다. 직원들이 반려견과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 온 관객들에게 주의사항을 꼼꼼하게 안내하고 있었다. 이곳은 반려동물 컬쳐 회사 어나더베이비와 멀티플렉스 메가박스가 손잡고 지난 16일 문 연 반려견 동반 상영관 ‘퍼피시네마’.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인구 수 1500만 시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Pet+Family)족’을 겨냥한 유통업계 마케팅의 첨단을 보여주는 장소라 할 만하다.

상영관 입구에서 만난 이지민(31)·이지혜(19) 자매는 올해 2살인 반려견 ‘우노’와 함께 서울 용산구에서 한시간 넘게 달려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지민씨는 “영화를 볼 때마다 우노를 떼어놓고 나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는데 함께 할 수 있어 좋다”며 “주말엔 특히 우노와 색다른 활동을 많이 해보려고 노력하는데 이런 곳이 생겨 반갑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24일 오전 메가박스 영통점 반려견 동반 상영관 ‘퍼피시네마’를 찾은 관객 모습.
지난 24일 오전 메가박스 영통점 반려견 동반 상영관 ‘퍼피시네마’를 찾은 관객 모습.
‘퍼피 시네마’에는 소리에 민감한 반려견을 보호하기 위해 블루투스 헤드셋을 쓰고 영화를 보는 ‘어나더관’과 헤드셋 없이 관람하는 ‘베이비관’ 등 2곳의 상영관이 있는데, 이날은 11시 ‘어나더관’에서 <신비한 동물들과 덤블도어의 비밀>을 보기로 했다.

관객들은 상영관 입장 전 로비에 있는 반려견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데 열중했다. 포토존과 함께 또하나 눈에 띄는 것은 반려견 매점. 펫페로니·개르곤졸라·마르개리타 등의 메뉴를 갖춘 ‘멍미노피자’와 슈댕스타·댕스타치오·엄마는외개인 등을 파는 ‘멍스킨라빈스’ 두 곳이 운영 중이었다. 경기도 용인에서 반려견 소쿠리(12살)와 함께 온 이진우(41)·박은지(38) 부부는 “(간식) 이름이 너무 재미있어 주문했는데, 요즘 인기있는 불로 조리한 화식이라고 하더라”며 “왜 개를 극장에 데려가냐는 사람도 있지만, 반려견한테는 주인과 떨어져 혼자 있는 것이 더 큰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전 메가박스 영통점 반려견 동반 상영관 ‘퍼피시네마’를 찾은 관객 모습.
지난 24일 오전 메가박스 영통점 반려견 동반 상영관 ‘퍼피시네마’를 찾은 관객 모습.
상영관으로 들어서자 넓은 소파처럼 생긴 좌석 9개가 마련돼 있었다. 한 좌석당 ‘반려견 1마리+2인’ 또는 ‘반려견 2마리+1인’이 앉을 수 있다. 이날 11시 타임엔 5팀이 입장했다. 모두 가족 또는 연인끼리 반려견 1마리를 동반한 모습이었다. 관람에 앞서 휴대전화에 앱을 깔고 함께 제공된 블루투스 헤드셋을 동기화시키자 소리가 흘러나왔다. 착석이 마무리되자 영화관 안의 불이 꺼졌다. 보통의 상영관보단 밝아 극장 안의 관객과 반려견의 모습을 둘러볼 수 있었다.

<신비한 동물들…>은 상영시간이 142분으로 다소 긴 편이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걱정했던 ‘반려견 관크(관람 방해 행위)’는 전혀 없었다. 놀랍게도 반려견들은 다소곳하게 앉아 간식을 먹거나 주인 무릎에서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중간에 헤드셋 조정을 위해 들어온 핸들러의 움직임에 ‘컹’하고 짖는 소리가 두어 번 들렸지만, ‘쉿!’하는 주인의 제지에 곧 조용해졌다. 반려견이 좌석을 이탈해 돌아다니거나 배변을 해 핸들러가 기저귀를 수거해가는 ‘작은 사건’조차 없었다. 대화 소리, 좌석을 발로 차는 행위 등으로 눈총을 받는 인간들보다 개들의 관람 매너가 훨씬 훌륭했다.

퍼피시네마 반려견 매점 ‘멍미노피자’에서 판매하는 간식.
퍼피시네마 반려견 매점 ‘멍미노피자’에서 판매하는 간식.
관람을 마친 보리(5살)의 주인 이주희(26)·차진한(31)씨는 “요즘 영화관은 2D 영화도 주말엔 2인 3만원인데, 반려견 동반 2인 가격이 4만원(관람료 3만6천원+보험료 4천원)인 것은 합리적인 듯하다”며 “신기하고 색다른 경험이라 또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헤드셋의 연결 오류나 잡음 발생 등의 기술적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진우·박은지씨는 “헤드셋 때문에 중간에 소리가 끊기는 등 아쉬운 점이 있어 다음엔 헤드셋 없이 보는 베이비관을 선택하려 한다”며 “좌석이 젖혀지지 않고 팔걸이에 컵홀더가 없는 점도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민지씨는 “좌석은 넓지만 앞뒤로 단차가 없어 자막이 잘 보이지 않는 점이 불편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오전 메가박스 영통점 반려견 동반 상영관 ‘퍼피시네마’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반려견.
지난 24일 오전 메가박스 영통점 반려견 동반 상영관 ‘퍼피시네마’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는 반려견.
메가박스 경기남부그룹 조은혜 대리는 “한 달 정도 프리오픈 기간을 갖고 무료상영을 했을 때도 반응이 좋았고 정식 개관 후 꾸준히 관객이 늘고 있다”며 “만족도 조사를 진행 중인데, 반려견의 안전문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다 보니 기존 극장에 견줘 다소 불편한 점도 있어 개선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탁견 서비스, 플레이그라운드, 미용, 스파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갖춰져 있어 수도권 반려 인구들의 호응을 기대하고 있다”며 “반응이 좋을 경우,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원/글·사진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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