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쇼핑 등 이커머스가 집중하던 간편결제 시스템 시장에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연합뉴스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텃밭으로 꼽히던 시장에 오프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발을 들여놓으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간편결제 시스템은 앱에 신용카드 결제정보를 등록하면 비밀번호나 지문인식만으로 쉽게 대금 결제를 하고 할인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설계돼, 유통업체 쪽에선 충성고객을 잡아두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마트는 5월12일부터 이마트 매장 등에서 앱 바코드 하나로 대금 결제와 포인트 적립 등이 가능한 ‘이마트페이’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마트페이는 앱 바코드 스캔 한번으로 결제·혜택·적립이 한 번에 가능한 통합 결제서비스로, 신세계그룹 간편결제 서비스인 쓱페이(SSGPay)를 통해 서비스된다. 지금은 결제 때 앱 포인트카드 바코드를 연 뒤 카드로 결제하고 포인트 사용을 별도로 요청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새 시스템에서는 앱 바코드만 클릭하면 모든 과정이 단숨에 처리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말 간편결제 서비스 ‘에이치 포인트 페이(H Point Pay)’를 선보였다. 서비스 가입 뒤 앱에서 결제정보만 등록하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11개 온라인몰에서 비밀번호만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씨제이(CJ)올리브영은 정보기술 계열사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에 맡겨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몰을 아우르는 결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그룹 통합멤버십 씨제이원(CJ ONE)과 모든 계열사의 결제 시스템을 통합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씨제이올리브네트웍스는 이를 위해 지난해 주총 때 정관의 사업목적에 ‘전자 지급결제 대행업 등 전자금융업’을 추가했다.
롯데는 간편결제 사업 강화 차원에서 지난해 엘페이 회원과 엘포인트 회원을 통합했는데, 현재 회원 수가 4천만명을 넘는다. 쿠팡은 2020년 간편결제 서비스 ‘쿠페이’를 담당하는 핀테크사업부문을 분사해 자회사 ‘쿠팡페이’를 설립했다.
유통 대기업들이 간편결제 서비스에 뛰어드는 이유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비대면·온라인 결제가 지속해서 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국내 하루 평균 간편결제 건수는 2016년 210만건에서 2020년에는 1455만건으로 급증했다. 2020년 하루 평균 결제액은 4492억원으로 전년보다 40% 이상 늘었다.
간편한 결제와 할인 혜택으로 충성고객을 자사 플랫폼 안에 묶어두고, 고객들의 결제정보를 사업전략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유통 대기업들이 간편결제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이유로 꼽힌다. 이름 밝히길 꺼린 이커머스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다양한 사업을 함께 하는 국내 대기업 특성상, 특정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해 계열사 상품을 계속 소비하게 하는 수단으로 간편결제 시스템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며 “소비 데이터를 활용해 재방문·재구매를 위한 전략과 맞춤형 마케팅에 나설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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