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커뮤니티에 한 업주가 공개한 배민 수수료 정산 내역. 매출이 늘수록 수수료도 늘어난다. 커뮤니티 갈무리
“배민1에서 음식점으로 1만원짜리 주문이 들어갈 경우, 당사 수수료 매출은 680원이 전부다.”
배달의민족(배민)이 단 건 배달(한 번에 한 건 배달) 서비스인 ‘배민1’ 수수료율을 개편한 이후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거센 가운데 비판 기사마저 잇따르자 지난 8일 내놓은 해명이다. 배민 쪽은 이어 “ 주문중개수수료(6.8%)는 국내와 해외를 아울러 동종업계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하게 책정된 요율”이라며 “사장님과 고객님께서 분담하는 6천원의 배달비는 배민의 수수료 수익이 아닌 실제 배달 수행에 들어가는 경비”라고 강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9일 자영업자 커뮤니티와 배달기사 커뮤니티에는 배민의 ‘680원 해명’을 둘러싼 비판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비판 글들의 요지는 “배민의 해명은 ‘절반의 사실’일 뿐, 100%의 사실이나 진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이다.
배민은 지난달 22일 배민1 수수료율을 개편해 기존 중개수수료 1천원, 배달비 5천원인 프로모션 요금 대신 3가지 유형(기본형·배달비 절약형·통합형)의 새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다. 이 가운데 업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본형의 경우, 중개수수료 6.8%(부가세 포함 7.48%)에 배달비 6천원(부가세 포함 6600원)으로 주문액이 커질수록 수수료도 많아지는 구조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한 업주가 공개한 배민 수수료 정산 금액. 매출이 늘수록 수수료도 늘어난다. 커뮤니티 갈무리
예를 들어, 자영업자가 1만원짜리 음식을 판매했을 경우, 중개수수료 680원(부가세 포함 748원), 배달비 6천원(부가세 포함 6600원), 정산수수료 3%(300원) 등 총 7648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배달비 6천원은 업주와 고객이 나눠서 내는 구조기 때문에 각 3천원씩 부담한다면, 자영업자가 1만원짜리 음식을 팔아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5352원이 전부다. 여기에서 재료비를 제한 금액이 자영업자의 수익이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지균(가명·46)씨는 “재료비는 보통 음식값의 30%로 보는데, 재료비 3천원을 빼고 자영업자가 손에 쥐는 돈은 2300원 남짓인 셈이다. 인건비도 안 되는 금액”이라며 “매출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도 내야 하니 업주들이 수수료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민은 1만3천원(음식값+고객 배달비)의 총매출 가운데 자신들이 가져간 수수료 680원이 매출의 전부라고 밝힌다. 하지만 라이더들의 설명은 또 다르다. 한 배민 라이더는 “서울을 기준으로 배민1 콜 하나에 기본단가 3천원, 거리가 멀어지면 평균 4500원 정도, 초 프라임 시간대·기상악화 때에야 비로소 5천~6천원을 번다”며 “하지만 거리당 추가비용은 배민1을 이용하는 고객이 2㎞ 초과 시 500m당 770원을 부담한다. 결국 배달비 6천원 가운데 나머지는 배민이 가져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배민의 매출은 ‘자영업자한테 받는 수수료와 배달비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배민1이 발행한 쿠폰을 사용해 주문을 한 고객이 업주로부터 받은 문자 메시지. 독자 제공
자영업자들이 수수료를 둘러싸고 ‘배민의 횡포’를 비난하는 것은 ‘680원+α’를 둘러싼 진실 때문만이 아니다. 앞서도 배민은 다양한 방식의 광고 금액을 자영업자들에게 부과해왔다. 음식 카테고리 최상단에 노출해주는 오픈리스트(정률제·주문금액의 6.8%), 음식 카테고리별로 원하는 지역(반경 2㎞)에 깃발을 꽂으면 그 지역 소비자에게 상호가 노출되는 울트라콜(정액·깃발 1개당 한 달에 8만8천원) 등이 그것이다.
자영업자들은 ‘배민 앱’ 안에도 ‘노출’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기에 “오픈리스트에 언제까지 걸어야 하나”, “한 달에 깃발을 몇 개나 꽂아야 하나”라는 고민에 골몰하게 됐다. 김지균씨는 “개업 초기에는 일반적으로 깃발 10개를 꽂고 시작한다. 이 비용만 한 달에 88만원이다”라며 “배민 앱에 점점 종속돼 간다는 걸 알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깃발을 꽂고 오픈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하소연했다.
한 업주가 배달의민족 앱의 ‘메뉴 설명란’에 적은 호소 글. 독자 제공
여기에 배민이 오는 28일 새로 도입하기로 한 ‘클릭당 과금방식’ 광고인 ‘우리가게클릭’이 불난 데 기름을 끼얹었다. 이 서비스는 앱 안에 별도 영역을 지정해 가게를 노출하고 고객이 클릭할 때마다 업주가 사전 충전해 둔 금액에서 1회당 200~600원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우리가게클릭은 메인홈·검색홈·검색결과·카테고리 홈 등에 가게가 노출되므로, 추가 광고 효과가 필요한 업주만 이용하면 된다”는 배민의 설명에 “수수료 인상에 이어 업주들의 출혈경쟁을 유도해 폭리를 취하겠다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다.
자영업자들은 급기야 배민1로 주문하는 고객에게 “배민1을 이용하지 말아 달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메뉴 설명란에 배민1의 수수료 급등을 성토하고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업주는 “배민은 ‘상생’을 이야기하지만, 자영업자는 ‘횡포’를 호소하는 현실이 무엇을 말하겠는가. 독과점인 배달 앱 시장에서 절대 우위에 있는 배민은 억울함을 호소하기 전에 자영업자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도 손 놓고 ‘자율규제’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법을 개정해서라도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배달의민족이 지난 8일 내놓은 해명문>
당사의 단건배달 서비스 '배민1'의 새 요금제에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당사는 지난달 배민1에 대해 프로모션 요금을 종료하고 '주문중개수수료 6.8%, 배달비 6000원'의 새 요금제(기본형 기준)를 출시했습니다.
이를 두고 수수료가 올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한 뉴스에서는 1만원짜리 파스타 한그릇의 수수료가 4700원이라고 보도됐습니다.
이는 사실과 매우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배민1에서 음식점으로 1만원짜리 주문이 들어갈 경우, 당사의 수수료 매출은 680원입니다. 이게 저희가 주문을 중개해드리며 입점업소로부터 얻는 수수료 수입의 전부입니다.
사장님과 고객님께서 분담하시는 6000원의 배달비는 당사의 수수료 수익이 아닙니다. 실제 배달 수행에 들어가는 경비입니다. 빠른 배달이라는 서비스 효용을 누리는 소비자와 단건 배달이라는 새로운 매출원을 통해 최고의 상태로 음식을 보내드릴 수 있는 식당이 분담하는 실경비이고, 분담 금액도 식당이 정하십니다.
뉴스의 사례에서처럼 식당이 분담한 배달비 3600원도 단건배달로 인해 새롭게 생겨난 금액이 아닙니다. 일반 (묶음)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셔도 식당에서는 외주 배달대행사에 건당 배달 용역비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건당 배달 금액이 고정되어 있는 배달대행 서비스와 비교하면, 배민1에서는 오히려 식당의 주문 상황이나 영업 상황에 따라 사장님들께서 부담 금액을 신축적으로 결정하면서도 단건배달이라는 프리미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실 수 있습니다.
또한, 식당마다 '최소주문금액'이 설정돼 있어, 단건배달에서 1만원짜리 음식 하나를 주문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사례가 아닙니다. 이 사례에서 주문 금액이 3만원, 4만원으로 늘어나도 고객이나 식당의 배달비 부담 금액은 전혀 늘지 않습니다.
프리미엄 서비스 배민1은 현재 주문부터 배달 완료까지 평균 24분이 소요되고 있습니다. 당사는 프리미엄 서비스인 배민1은 신속한 음식배달을 원하는 고객님들께 긴요한 서비스로,
일반 배민(화면상 '배달' 지면)은 다소 시간 여유가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달비를 지불하고자 하는 고객님들께 가치 있는 서비스로 자리잡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당사의 주문중개수수료(6.8%)는 국내와 해외를 아울러 동종업계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저렴하게 책정된 요율임을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당사는 앞으로도 식당과 고객님들의 경제적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식당과 고객님, 그리고 라이더 모든 분들이 만족하고 사용하실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