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대전이 시작된 7일, 여행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서 행사와 관련한 업체들의 꼼수를 성토하는 글과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네이버 커뮤니티 갈무리
직장인 최인선(32)씨는 최근 여자친구와 봄꽃 여행을 가기 위해 숙박업소를 알아보던 중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 마음에 드는 숙소를 미리 찍어 둔 뒤 ‘숙박대전’ 행사가 시작되면 쿠폰 할인을 받아 저렴한 가격에 예약을 하려 했다가 뒤통수를 맞았기 때문이다. 최씨는 “숙박대전이 시작되기 전에는 주말 1박에 조식 포함해 10만원대였던 방이 숙박대전이 시작하자마자 14만원대로 올라 쿠폰 3만원을 적용해도 숙박대전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묵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격을 미리 올려놓은 뒤 깎아주는 듯이 생색을 내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하는 짓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겐 여행숙박 할인 혜택을 주고, 위기에 빠진 관광업계에겐 회복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지난 7일 시작된 ‘2022 대한민국 숙박대전’이 일부 숙박업소들의 얌체짓 때문에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숙박대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020년부터 열고 있는 숙박업계 소비 진작 행사로, 객실 가격에 따라 7만원 이하는 2만원, 7만원 초과는 3만원의 할인쿠폰을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올해엔 총 300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100만장의 쿠폰이 발급되며, 49개의 온라인 여행사(OTA)를 비롯해 지마켓·옥션·11번가·쿠팡 등 대형 오픈마켓도 일제히 참여 중이다.
하지만 올해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8일 여행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커뮤니티에는 이번 ‘숙박대전’을 둘러싸고 겪은 각종 피해담이 줄을 잇고 있다. 대부분이 숙박대전 이전보다 가격을 적게는 3만원에서 많게는 7만원까지 올라, 쿠폰을 적용해도 받을 수 있는 가격 혜택이 거의 없다는 내용이다.
숙박대전이 시작된 7일, 여행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서 행사와 관련한 업체들의 꼼수를 성토하는 글과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네이버 커뮤니티 갈무리
가족여행을 계획했던 이민상(42)씨는 “미리 가격을 올려둔 탓에 3만원짜리 쿠폰을 적용해도 숙박대전에 참여하지 않는 여행사나 플랫폼을 통해 예약하는 게 오히려 싸더라”며 “게다가 대부분 중복할인이나 적립금 사용을 금지해 평소 할인 혜택과 견줘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아무개(29)씨는 “미리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숙박상품을 결제하니 갑자기 ‘결제 실패’라고 하기에 재결제를 시도하자, 2만원이나 오른 가격이 버젓이 뜨더라”며 “세금으로 ‘어차피 깎아줄 테니 가격을 미리 올려두자’는 심보를 가진 불량 업체의 배만 불리는 이런 행사는 ‘꼼수 대전’이라 불러야 한다”고 성토했다.
심지어 결제하고 나서 일방적으로 취소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손아무개(30)씨는 “저렴한 숙소를 고르고 골라 결제까지 완료했지만, 배송지연·품절 등의 말도 안 되는 사유로 2번이나 일방적으로 취소를 당했다”고 하소연했다.
숙박대전이 시작된 7일, 여행 소비자들이 많이 모이는 한 커뮤니티에서 행사와 관련한 업체들의 꼼수를 성토하는 글과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네이버 커뮤니티 갈무리
행사를 주관하는 한국관광공사 쪽은 전체 참가 업체 가운데 불량 업소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마정민 한국관광공사 국민여행지원팀장은 “2020년엔 소진된 쿠폰 52만장 가운데 적발된 불법 사용 건수가 250여건이었고, 지난해엔 78만장 중 200건 정도에 그쳤다”며 “소수의 불량 업소가 물을 흐리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적발되지 않은 업체들과 사후 소명을 통해 불이익을 면한 업체까지 포함하면 실제 불량 업소는 훨씬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공사도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참여 신청을 받을 때부터 ‘악의적 가격 인상이 발각될 시 참여를 제외한다’는 각서를 받고, 호텔협회·농어촌민박업협회·대한숙박업중앙회 등의 회원사들에 공문까지 보내 경고를 하는 등 사전 조처를 한다. 행사 시작 후엔 자체 모니터링과 제보를 통해 불량 업체를 선별하고, 쿠폰 사용액 정산을 해주지 않는다.
마 팀장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기를 당했다’고 느낄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강력히 대처할 예정이다. 시장 정화를 위해 불량 업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최후의 방안까지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