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배달전문 음식점에서 지난 1월 한 자영업자가 쿠팡이츠로 주문이 들어온 피자, 치즈오븐스파게티 등을 포장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최아무개(40)씨는 얼마 전 황당한 일을 겪었다. 돈가스 세트를 시킨 한 고객이 배달앱 리뷰에 “소스 양이 성의가 없다”, “튀김 기름이 오래됐다”, “장사하는 마인드가 글러 먹었다”라는 등의 악성 리뷰를 남겼기 때문이다. 사과 댓글을 남기자 해당 손님은 최씨 가게로 전화해 “환불해주면 리뷰를 지워주겠다”고 했고, 영업 지장을 우려한 최씨는 바로 음식값을 환불해줬다.
하지만 이후 다른 업주들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고, 이것이 요즘 ‘리뷰알바’들의 새로운 수법인 ‘리뷰깡’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최씨는 “리뷰 업체에 고용돼 돈을 받고 경쟁업체에 악성리뷰를 단 뒤, 해당 업주에게 전화해 리뷰 삭제를 미끼로 음식값을 돌려받는 걸 ‘리뷰깡’이라고 한다더라”며 “업주들이 음식 회수를 꺼린다는 사실을 악용해 이런 일을 벌인다고 하는데, 이렇게 당하면서까지 장사를 해야 하나 싶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리뷰알바를 모집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카카오톡 갈무리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와 배달 수수료 인상 탓에 시름이 깊은 자영업자들이 돈을 받고 리뷰를 조작하는 ‘리뷰알바’ 때문에 두 번 울고 있다. 배달 앱 업체들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전담 조직까지 만들어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진화하는 수법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는 ‘리뷰알바를 모집한다’는 방이 줄지어 개설돼 있다. 이들은 “배달비와 음식값 외에 리뷰 한 건당 2천~3천원을 지급하며 재택이 가능한 꿀 알바”라며 “리뷰 쓴 것이 확인되면 다음 날 바로 입금을 해준다”는 광고로 리뷰어를 모집한다. 알바몬 등 구직사이트에도 비슷한 글이 상시 게재되고 있다.
이렇게 리뷰어를 대량 모집한 업체들은 새로 개업했거나 단시간 내에 배달 건수를 끌어올리고 싶어 하는 자영업자들을 상대로 영업을 한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업주는 “개업을 하면 컨설팅을 빙자한 리뷰업체들이 연락해 오는데, 보통 자신들이 확보한 리뷰어 숫자를 과시하며, 이른 시일 안에 식당 영업을 안정시켜주겠다고 광고를 한다. 마음이 급한 업주 입장에선 솔깃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카카오 오픈채팅방에서 ‘리뷰알바’를 검색하면 수십개의 방이 나타난다. 카카오톡 갈무리
이들 허위 리뷰어들은 단순히 자신들을 고용한 업체에 좋은 리뷰만 써주는 것이 아니다. 배달 지역이 겹치는 경쟁업체들에 악성리뷰를 쓰는 것도 이들의 주요한 영업 방식이다. 또 다른 업주는 “단순히 악성리뷰를 일삼는 개인보다는 이렇게 다수의 리뷰어를 확보한 업체들이 시장을 교란하고 업주들에게 피해를 준다”며 “자영업자들도 다급하고 절박한 마음을 이용하려는 이런 불법 업체를 절대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달 앱 업체도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2020년 11월부터 허위·조작 리뷰를 자동 탐지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과 리뷰 작성자의 주문기록과 이용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하는 알고리즘까지 적용하며 대응하고 있다. 쿠팡이츠 역시 지난해 8월부터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악성리뷰를 30일간 블라인드 처리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 중이다.
배달의민족 쪽은 리뷰어를 모집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경고글을 올리며 단속하기도 한다.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2019년 허위리뷰 차단 건수가 2만여건이었던 것에 견줘 2020년에는 13만여건에 이를 정도다. 지난해 5월 음식점 쪽에서 돈을 받고 허위리뷰를 일삼은 업자에 법적 조치를 해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처럼 강력히 대처해 나가고 있다”면서도 “사실 이런 행위를 원천봉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해 7월 ‘플랫폼 서비스 리뷰·별점 제도 개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데 이어 올해엔 ‘온라인 서비스 피해 상담센터’를 개설해 별점 테러나 허위 리뷰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들에게 체계적인 상담과 피해구제를 지원할 예정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13억원(운영예산 9억원)을 투입해 6명의 전문상담원을 둔 센터를 오는 5월 말 임시 개소할 예정”이라며 “9월부터는 인터넷자율정책기구나 한국소비자원과 연계해 실질적인 피해구제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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