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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만원 팔아 3천원도 안 남는 ‘배달앱 노예’…족쇄 풀 대안 없다”

등록 2022-03-31 16:23수정 2022-04-01 02:33

‘쿠팡이츠’ 이은 ‘배달의민족’ 수수료율 개편
자영업자 “새 방식에 1천원 이상 추가 부담”
지난 2020년 1월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지난 2020년 1월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로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 앞에 배달용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사장님이요? 배달앱의 노예죠. 만원짜리 배달 주문 하나에 중개수수료 명목으로 떼어가고, 배달비 명목으로 떼어가고, 정산수수료 명목으로 떼어가고…. 3천원도 안 남는 게 말이 됩니까? 가뜩이나 식재료값도 올라 숨이 막히는데. 탈퇴하고 싶어도 당장 매출 타격이 뻔히 보이니 손해인 걸 알면서도 계속 노예살이 중입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배아무개(52)씨는 배달앱 정산 내역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와 가게를 접어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최근 배달앱 업체들이 잇달아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면서 배달비와 수수료 부담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배씨 뿐만이 아니다. 자영업자 카페에는 배달앱의 폭리를 성토하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 가운데는 배달앱 서비스를 해지하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실제로 31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민 횡포 사례를 수집한다거나 배달앱 탈퇴에 관한 의견을 묻는 투표 글 등이 올라왔다.

이렇게 업주들의 반발이 거센 것은 지난해 말 ‘쿠팡이츠’에 이어 지난 22일 ‘배달의민족’이 단건배달(한 번에 한 건 배달) 서비스 ‘배민1’의 수수료 체계를 조정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중개수수료 1천원, 배달비 5천원인 프로모션 요금을 적용했지만, 프로모션을 종료하면서 3가지 유형(기본형·배달비 절약형·통합형)의 새 수수료 체계를 도입했다. 이 가운데 업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기본형의 경우, 중개수수료 6.8%(부가세 포함 7.48%)에 배달비 6천원(부가세 포함 6600)으로 주문액이 커질수록 수수료도 커진다. 업주들은 “새 방식을 적용하면서 건당 1천원 이상의 부담이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앞서 수수료 시스템을 변경한 쿠팡이츠 역시 중개수수료를 9.8%로, 배달비도 최대 5400원으로 조정한 바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배달전문 음식점에서 지난 1월5일 낮 직원이 쿠팡이츠로 주문이 들어온 피자, 치즈오븐스파게티 등을 포장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영등포구의 한 배달전문 음식점에서 지난 1월5일 낮 직원이 쿠팡이츠로 주문이 들어온 피자, 치즈오븐스파게티 등을 포장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은평구에서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서아무개(45)씨는 “배달비의 경우, 업주가 고객 부담액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지만 이 금액을 올리면 고객 주문이 바로 줄어든다”며 “게다가 결제정산수수료는 이제까지와 달리 고객이 지불한 배달비까지 포함한 금액의 3%를 부과하는데, 수익이 아닌 금액에까지 수수료를 붙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배민은 4월28일부터 별도 영역을 지정해 가게를 노출하고 고객이 1회 클릭할 때마다 업주에게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클릭당 과금방식’의 광고 상품을 내놓기로 해 업주들의 부담은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배달앱의 수수료 인상은 결국 고객인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1인 가구라 평소 배민1을 주로 이용했다는 황경훈(42)씨는 “자주 이용하던 가게의 배달비가 3천원에서 4천원으로 오른 것을 보고 놀라 자세히 보니 대문 글에 배달앱 수수료 인상으로 배달비를 올린다는 공지가 있더라”며 “1인분 주문하며 음식값의 30~40%를 추가로 배달비로 지불하려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말이 실감 난다. 점심구독 서비스 등 배달비 과금이 없는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배달앱 업체의 이런 일방적 수수료 개편은 소비자가 정확한 배달비 산정과 인상에 관한 내용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더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달비 안정화를 목표로 지난 2월부터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 중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이날 3월치 자료를 발표해 “3월 업체별 최고 배달비는 각각 5천원대로, 조사기간 중 배민1의 경우 배달거리 2㎞ 초과 시 500m당 770원을 추가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독과점 특성을 가진 배달앱 시장에서 업체들이 외부에 데이터 공개를 거부해 소비자가 배달비 변동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단건배달의 경우 프로모션 기간 동안 배달 실경비가 7천원 이상으로 적자가 거듭되는 상황이었고, 개편한 요금 역시 업계 최저 수준으로 그 역시 소비자와 업주가 나눠 부담하는 형식이다. 업주들의 이탈 동향은 아직 가시화한 것이 없다”며 “소비자 부담액 역시 배달거리에 따른 할증금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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