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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핑·소비자

맥심·카스·투게더·비비고만두…1등 제품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등록 2022-03-14 04:59수정 2022-03-14 08:33

‘1등 제품’ 4개 회사 차별화된 전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등 제품엔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아이스크림·맥주·조제커피들 중 이름만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그 제품. 치열한 경쟁을 뚫고 1등 자리에 오른 제품들에선 차별화된 전략과 유통, 마케팅 노하우가 찾아진다.

최고 품질 제품을 만들고, 많은 돈을 써 광고를 한다고 해서 왕좌를 지킬 수 있는 건 아니다.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식품 시장 특성상 1등에 안주하거나 너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도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빈틈이 생긴다. 하루 사이 수백개의 신제품이 쏟아지는 무한경쟁 시대에 수년간 1등 자리를 지킨 제품 전략은 식품유통 업계에 많은 함의를 던진다.

■ 커피믹스로 1조…‘균형판촉’의 비밀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의 광고모델 배우 이나영. 동서식품 누리집 갈무리
동서식품 맥심 모카골드의 광고모델 배우 이나영. 동서식품 누리집 갈무리

식품업계에선 동서식품을 ‘커피공사'라고 부른다. 커피믹스 제품만으로 한 해 매출이 1조원을 오르내릴 정도로 안정적인 경영 상황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동서식품 브랜드 맥심은 커피믹스 시장의 절대 강자다. 식품산업통계정보의 품목별 소매점 매출을 보면, 2020년 조제커피 브랜드 중 맥심의 점유율이 81.6%로 2위인 남양 프렌치카페(6.4%), 3위 네슬레 네스카페(3.1%)를 크게 앞선다.

맥심의 성장은 냉·온수기 보급이 일반화된 199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장제 안에 분말 크림(프리마)과 커피·설탕이 함께 들어간 커피믹스(맥스웰 하우스)는 한국인 특유의 ‘빨리 빨리’ 문화와 맞물려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후 모카 맛과 우유 맛을 강조한 모카골드와 화이트골드로의 상품 차별화, 가위 없이도 손으로 포장을 뜯는 ‘이지컷’ 아이디어, 당대 최고 스타를 활용한 감성 돋는 광고는 맥심이란 브랜드를 대체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경쟁업체의 도전도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전국에 대형마트가 속속 생길 무렵 네슬레와 남양 등이 대형마트 유통에 집중하면서 경쟁사 제품이 소비자에게 더 많이 노출된 시기도 있었다. 경쟁업체가 대형마트 판촉에 집중할 때도, 동서식품은 대리점을 통해 지역 슈퍼에도 비슷한 할인 혜택을 주는 ‘균형판촉’ 기조를 고수했다. 미국 크래프트하이즈 그룹과 50%씩 출자한 합작법인 성격상 국내의 무리한 판촉 경쟁에 휩쓸리지 않았다.

균형판촉은 2010년 이후 이커머스 성장으로 빛을 봤다. 맥심을 소매점에 유통하던 대리점들이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팔기 시장하면서 맥심의 온라인 시장점유율도 덩달아 커졌다. 맥심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우위를 점하며 점유율 격차를 벌리는 계기가 됐다. 경쟁업체 쪽에선 단기 매출을 높이기 위한 선택과 집중이 장기적으로 신흥 유통채널에서 경쟁력을 잃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 꼴이다.

■ ‘한길만 판다’ 맥주는 카스처럼

지난해 투명한 병 컨셉으로 새롭게 출시된 올 뉴 카스. 오비맥주 제공
지난해 투명한 병 컨셉으로 새롭게 출시된 올 뉴 카스. 오비맥주 제공

주류업계에 2012년은 상징적인 해다. 20년 가까이 맥주 시장 1위를 지키던 하이트를 누르고 카스가 새 왕좌로 등극했다. 이후 온갖 수입·수제 맥주 열풍에도 카스는 10년 넘게 맥주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2020년 말 각사별 매출을 기준으로 추산한 국내 맥주 브랜드별 점유율에서 오비맥주(카스)의 점유율은 52%로 하이트진로(테라·하이트) 24%, 롯데칠성(클라우드) 5%를 크게 앞선다.

오비맥주의 카스는 1994년 출시 이후 ‘젊은 맥주’ 이미지를 고집했다. 구매력이 높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하이트가 인기를 끌 때도 대학가를 겨냥한 광고와 음악페스티벌을 후원하는 등 청년 대상 캠페인에 더 공을 들였다.

오비맥주가 카스를 앞세워 젊은층을 대상으로 입지를 다질 무렵, 시장 1위인 하이트진로도 젊은층을 겨냥한 맥스와 드라이피니시 디(d) 등 신제품을 출시했다. 하지만 회식 문화로 음식점 맥주 소비가 높았을 당시에는 제품 다양화가 거꾸로 하이트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제한된 식당 냉장고에서 하이트가 빠지고 맥스와 드라이피니시 디가 들어가면서 익숙한 카스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자연스럽게 더 늘었다.

맥주와 소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 인기와 함께 ‘카스·처럼’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카스와 롯데칠성의 처음처럼을 섞어 마시는 문화가 유행처럼 번지면서 음식점에서 습관처럼 카스를 주문하는 손님이 늘었다. 승기를 잡기 위해 광고량도 늘렸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은 카스에도 위기였다. 주류 60%가 소비되는 음식점 매출이 반토막났고, 편의점 수제 맥주들이 인기를 끌면서 카스의 입지도 줄어드는 듯했다. 이 때 오비맥주는 기존 갈색 병에서 투명한 병으로 포장을 바꾼 올 뉴 카스를 출시하며 애주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오비맥주는 “소주와 맥주를 함께 생산하는 경쟁기업에 비해 음식점 유통 등에서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지만, 맥주 생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제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닐슨코리아 조사 결과, 카스는 지난해 가정용 맥주 브랜드별 점유율 38.6%로 1위를 차지하며 수입 맥주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지키고 있다.

■ ‘40년 전 맛 그대로’ 투게더 장수 비결

1990년대 빙그레 투게더 지면 광고 갈무리.
1990년대 빙그레 투게더 지면 광고 갈무리.

빙그레 투게더는 떠먹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의 원조다. 1986년 매장을 오픈한 배스킨라빈스보다도 12년 빠른 1974년에 출시됐다. 식품산업통계정보의 2020년 소매 기준 아이스크림 판매 매출을 보면, 투게더의 한 해 매출은 792억6700만원으로 롯데제과 월드콘 660억2900만원보다도 앞선다. 한 통에 6천원인 제품 특성상 1천원대인 월드콘과 순위가 바뀔 때도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거리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기 힘들어지면서 집에서 먹는 투게더가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투게더의 1등 전략은 ‘초심 유지’였다. 투게더의 등장은 설탕물을 얼린 하드가 주였던 아이스크림 시장에 큰 충격이었다. ‘온가족이 함께 투게더'라는 광고 문구와 국내 최초 하얀 생우유로 만든 셔벗의 달고 고소한 맛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맛이었다. 금색 바탕에 진갈색 로고의 포장도 1974년 출시 때부터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률이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원가 절감의 유혹이 뒤따랐다. 생우유 대신 분유를 사용하면 생산 단가의 20% 가량을 줄일 수 있었다. 더 고소한 맛을 내기 위해 농축 우유를 사용하는 특성상 900㎖ 아이스크림 한 통에 1ℓ 가량 생우유가 사용되는데, 원유 1ℓ 가격이 900원대 중반인 점과 첨가물과 생산·유통 비용 등을 고려하면 마진이 크지 않다. 아이스크림 광고가 종적을 감춘 것도 제품 수익성이 낮은 게 원인이다. 빙그레는 “생산 원가를 줄이기 위해 원유 단가의 절반인 분유를 사용하려는 논의도 있었지만, 40년간 지켜온 맛을 유지하기 위해 생우유 생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생각의 전환’ 비비고, 고향만두 아성 넘다

씹히는 고기 식감을 살려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비비고 왕교자. CJ제일제당 누리집
씹히는 고기 식감을 살려 냉동만두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비비고 왕교자. CJ제일제당 누리집

‘기존 제품을 완전히 뛰어넘은 생각의 전환.’ 씨제이(CJ)제일제당의 비비고 왕교자 만두가 2013년 말 출시된 지 7개월 만에 냉동만두 시장을 평정한 영업 비법이다. 냉동식품 절대 강자였던 고향만두를 짧은 시간에 제친 결과여서 시장의 파장은 컸다.

비비고 만두는 탄생부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제품이었다. 나라마다 밀가루 요리에 고기 등을 싸 먹는 ‘랩핑 푸드’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가장 한국적이면서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프리미엄 만두 제품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간 고기를 사용한 기존 냉동만두와 달리 비비고 만두는 고기를 썰어 넣는 기술을 처음 적용해 씹는 맛을 배가시켰다. 새로운 맛을 경험한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단숨에 1등 제품이 됐다. 식품산업통계정보의 만두 품목별 소매 매출 통계를 보면, 비비고 브랜드의 국내 점유율은 43.8%로 노브랜드(14.1%)와 고향만두(12.5%)를 한참 앞선다. 비비고 만두는 단일 품목으로 국내외 글로벌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제품이 됐다. 속 재료 조합을 달리해 각 나라의 음식 취향에 맞춘 현지화 제품 전략이 주효했다.

생각의 전환은 비비고에서 그치지 않았다. 1분 즉석밥 시대를 연 햇반도 씨제이제일제당의 작품이다. 1996년 출시 후 대박을 터뜨린 뒤 15년 넘게 씨제이제일제당 효자상품 구실을 하고 있다. 씨제이제일제당은 “기존 인기 상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이익을 내는 것보다, 전혀 새로운 제품 영역을 개척하는 게 기업과 산업 생태계에도 선순환이 된다”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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