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서울 은평구 한 편의점의 포켓몬빵 판매대가 텅 비어있다. 옥기원 기자
“포켓몬빵 없어서 못 팔아요. 들어오면 금방 품절됩니다.”
서울 은평구에서 편의점 지에스(GS)25를 운영하는 조아무개씨는 4일 사장인 자신도 “포켓몬빵을 본적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르바이트생이 가게를 보는 저녁 9시 전후 포켓몬빵이 배달되는데, 들어오자마자 팔려나가 빵의 실물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날 이른 아침 시간에도 포켓몬빵 전용 판매대는 텅 비어있었다.
에스피씨(SPC) 삼립이 지난달 24일 재출시한 포켓몬빵의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출시된 지 일주일 동안 150만개 판매량을 돌파했을 정도다. 2000년대 초반 학원가에 포켓몬 스티커(띠부띠부씰) 수집 열풍이 불 때 한 달에 500만개씩 팔려나간 것을 넘어서는 수치다. 에스피씨 삼립은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에스피씨 삼립은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를 받아 ‘돌아온 고오스 초코케이크’ 등 포켓몬빵 7종을 소비자가격 1500원에 재출시했다.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편의점 등 주요 채널들의 발주 수량도 제한됐다. 씨유(CU)의 경우 이날 전국 편의점에 유통하는 총 4종의 포켓몬빵의 발주 수량을 종류당 각각 1개씩으로 제한했다. 편의점 1곳당 총 4개의 빵이 들어가는 것이다. 씨유의 한 편의점주는 <한겨레>에 “하루에도 수십 차례 재고 문의를 받고 있다”며 “마스크 대란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포켓몬빵 안에 든 캐릭터 스티커(띠부띠부씰)를 판매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누리집 갈무리
온라인상에선 구매 인증샷이 이어졌다. “옆 동네 마트까지 원정을 돌며 포켓몬빵을 구했다”는 글과 재출시 뒤 모은 캐릭터 스티커들을 자랑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알엠(RM·김남준)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긴 구매 인증 후기도 큰 호응을 얻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빵 재고가 있는 매장 위치를 공유하는 글들도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다.
중고거래사이트에선 빵 안에 든 띠부띠부씰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에선 빵을 제외한 스티커 한장을 최대 1만원에 판매한다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빵 한 개에 가격인 1500원의 7배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이다. 2천원대에 스티커를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오면 즉시 거래가 성사되는 분위기다.
포켓몬빵 구매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스피씨는 “30~40대는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리고, 20대와 학생들은 새로운 경험을 위해 빵을 찾고 있다”며 “소비자 의견을 반영해 5월 중 신제품 출시 계획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포켓몬빵 흥행에 힘입어 지난달 24일 8만100원에 마감했던 에스피씨 삼립의 주가는 4일 오후 1시 현재 9만원으로 10% 이상 급등했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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