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라면 판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라면 3대장'으로 불리는 농심·오뚜기·삼양식품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일제히 줄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인한 ‘집콕 수요’가 이어지며 매출은 선방했지만, 원·재료비와 물류비 상승이 겹치면서 영업이익은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신라면과 짜파게티를 판매하는 농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061억원으로 전년 1602억원에 비해 33.8%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은 2조6630억원으로 전년 2조6397억원보다 0.9% 늘었다. 농심 매출 중 70% 정도는 라면, 나머지 30%는 스낵 등 기타 상품에서 나온다. 매출 증가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원·재료값 상승이다. 농심은 “라면의 주 재료인 밀가루와 팜유 가격이 크게 상승한 점이 영업이익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지난해 후반기에 라면 가격을 올렸고 해외 판매도 늘고 있어 올해는 영업이익이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닭볶음면을 파는 삼양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6420억원으로 1% 가량 줄었고, 영업이익은 655억원으로 31.3% 급감했다. 삼양식품이 밝힌 영업이익 감소 원인은 국제 물류비 상승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국제 물류 운송비가 비싸져 한국에서 전량 생산하는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운송비가 크게 상승했다는 것이다. 삼양식품의 매출 중 90%가 라면 제품에서 발생하고, 연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이 60%에 육박한다. 업계에선 코로나19 발생 첫 해인 2020년 라면 회사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던 게 지난해 실적이 상대적으로 더 부진하게 보이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면뿐 아니라 카레와 즉석식품 등 상품군이 다양한 오뚜기는 라면 3사 중 가장 실적이 양호했다. 오뚜기의 지난해 매출은 2조7390억원으로 전년 2조5958억원보다 5.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665억원으로 전년도 1984억원에 견줘 16.1% 감소했다. 경쟁업체에 견줘 매출 증가 폭은 가장 크고, 영업이익 감소 폭은 가장 적었다. 업계에선 “오뚜기가 라면뿐만 아니라 카레, 소스류, 가공식품 등 다양한 식품군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점이 영업이익 감소 폭을 상충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뚜기 매출 중 라면 판매 비중은 30% 정도로 추산된다.
라면 업체들은 우리나라 인구 수 감소로 라면 수요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며 국외시장 개척에 더 힘을 쏟는 모습이다. 농심은 현재 37% 수준의 해외법인 매출 비중을 5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제2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상반기 중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삼양식품은 아시아 수출을 늘리기 위한 전초기지 격인 밀양공장의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삼양식품은 “인구 수 감소와 배달·가정간편식(HMR) 시장의 확대가 기존 식품업체엔 큰 위기 요인”이라며 “해외 판로를 더 개척해 수요를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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