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서울 중구의 롯데백화점 본점, 신세계백화점 본점, 강남구의 현대백화점 본점. 각사 누리집
전통적인 유통 강자로 꼽히는 신세계·이마트, 롯데쇼핑,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실적이 엇갈렸다. 신세계·이마트는 백화점 매출 증가와 온라인 자회사 성장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데 비해 롯데쇼핑은 마트·슈퍼 부문 실적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오프라인 매장 고급화 전략을 고수한 현대백화점은 명품 판매 성장에 힘입어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신세계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6조3164억원의 매출을 올려 517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에 견줘 매출은 32.4%, 영업이익은 484.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매출은 면세점이 최대 호황을 누린 2019년(6조3942억) 수준을 회복했다.
보복소비 여파로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등의 실적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백화점 매출은 1조6715억원으로 14.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615억원으로 106.2% 늘었다. 명품(41.9%), 해외패션(32.5%), 여성패션(28.7%), 남성패션(28.1%)의 매출 성장이 눈에 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4508억원과 920억원으로 각각 9.5%와 172.4% 증가했고, 신세계면세점(신세계디에프)은 57.1% 증가한 2조6596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마트도 온·오프라인의 고른 성장세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24조9327억원으로 13.2% 늘었고, 영업이익은 3156억원으로 33.1% 증가했다. 에스에스지(SSG)닷컴의 연간 총거래액은 전년보다 22% 증가한 5조7174억원을 기록했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와 이베이코리아가 연결 자회사로 편입된 것도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명품 시장 호황에 힘입어 연결 기준 매출은 3조5724억원으로 전년보다 57.2% 늘었고, 영업이익은 2644억원으로 94.6% 증가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던 면세점 매출이 전년 대비 155.7% 늘어난 1조5912억원을 기록했고, 백화점의 명품(38%), 주얼리(54.2%), 해외 남성패션(59.6%) 판매가 증가한 게 실적 향상을 이끌었다. 업계에선 “명품 수요 증가 흐름에 맞춰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에 집중하고, 더현대 서울 등 신규 점포의 개점 효과를 본 점 등이 (실적 호조)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롯데쇼핑의 실적은 부진했다. 백화점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증가했지만, 마트와 슈퍼 사업 부진이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5조5812억원으로 전년에 견줘 3.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156억원으로 37.7% 줄었다. 백화점 매출은 명품 수요 증가에 힘입어 8.8% 증가한 2조8880억원에 달했다. 백화점 영업이익은 3490억원으로 6.4% 증가했다. 반면 마트 매출은 5조7160억원으로 7.2% 줄었고, 영업적자도 320억원으로 전년(130억원)에 견줘 폭이 커졌다. 이커머스 롯데온의 경우에는 사이트 거래액이 2조4105억원으로 48.2% 증가했으나, 매출은 1080억원으로 전년보다 21.5% 감소했다. 무리한 오프라인 매장 확장과 온라인 소비에 뒤늦게 대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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