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철 엘지(LG)전자 생활가전(H&A)사업본부장이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업(UP) 가전’을 소개하고 있다. 엘지전자 제공
엘지(LG)전자가 사는 순간 ‘헌 물건’이 되는 가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업(UP) 가전’ 시리즈를 선보인다고 25일 밝혔다.
업 가전은 엘지전자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 뒤늦게 새로 개발된 기능이 필요할 경우 이 회사의 스마트홈 플랫폼 ‘엘지 씽큐’(LG ThinQ) 앱을 통해 제품의 소프트웨어와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이렇게 되면 원래 제품에 없었던 기능을 고객 마음대로 추가해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3개월 전 세탁기를 교체한 엘지전자 고객이 최근 고양이를 입양해 키우면서 옷에 묻은 동물의 털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펫 케어’ 기능이 없는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면 클릭 한 번으로 제품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기능을 추가할 수 있는 것이다.
엘지전자가 현재까지 출시한 업 가전 제품군은 세탁기·건조기 등 6종이다. 회사는 올해 안에 업 가전 라인업을 20여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전에 출시된 제품의 경우에는 업 가전과 같은 수준의 업데이트는 어렵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박희욱 생활가전(H&A)사업본부 고객경험(CX)담당 전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업 가전과 하드웨어가 다른) 과거 제품도 가능한 한 그 혜택을 보실 수 있도록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 가전은 고객들이 ‘제품’이 아닌 ‘경험’을 구매한다는 관점에서 기획됐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기능이 많은 고사양 제품보다는 인공지능(AI) 기반 엘지 씽큐 앱이 제품 사용 패턴을 분석해 고객별로 필요한 새 기능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맞춰 하드웨어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업 가전의 특징이다. 원래 구입한 공기청정기에 없던 펫 케어 기능을 추가해 쓰려면 전용 필터를 장착해야 하는 식이다.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업 가전의 출시로 가전제품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 회사 매출은 손해를 보는 것 아닐까. 이에 대해 류재철 생활가전사업본부장(부사장)은 “개발 단계에서 똑같은 의견들이 있었지만 (반대로) 고객들이 새로운 기능 업그레이드에 관심이 많아져 (기능의) 효과적인 사용을 위해 아이티(IT) 기기처럼 오히려 교체 주기가 좀 더 짧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고객들이 (업 가전의) 가치를 느끼고 그걸 인정해 준다면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사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높은 연구개발(R&D) 비용 탓에 업 가전의 가격이 기존 제품보다 비쌀 것이란 지적에 대해 엘지전자 쪽은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의 판가 상승은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류 부사장은 “이후 개발될 모델은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확정이 안 된 부분도 있어 (향후 판가 변동 전망은) 답변 드리기 어렵다”고 말해 가격 인상 가능성의 여지를 남겼다.
선담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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